[김백민의 기후 인사이트] 굿바이 화석 연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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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약 20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고도의 기술 혁명을 성공해 내며 푸른 행성 지구의 절대적 지배자로 군림하게 되었다. 이 시기 인류가 지구 환경에 미친 영향은 실로 대단했으며 대자연을 지배하는 압도적 힘의 원천은 단연코 화석 연료였다. 필자는 미국이 세계 제1의 패권국가가 된 것도 석유 패권의 승자였기 때문으로 본다. 1859년 에드윈 드레이크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최초의 석유 시추를 성공한 이후 미국은 석유에 대한 막대한 지배력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화석 연료를 잡은 자가 세상을 지배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늘 그러하듯 세상에 공짜는 없다. 화석 연료에 기반을 둔 혁명적 발전은 필연적으로 엄청난 양의 온실기체를 우리가 숨 쉬는 대기 속으로 주입시켜 왔고 이로 인해 지구는 서서히 뜨거운 행성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대단한 기술을 보유했지만 생물학적으로는 나약하기 그지없는 인류였기에 스스로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기가 초래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상기후 지구는 지금 응급환자 처지

가치 있는 삶의 패러다임 바꿔 나가야

에너지 대전환 중심의 국가전략 필요


기후위기! 얼마 전까지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등으로 불리던 단어가 이제는 좀 더 강렬한 메시지인 ‘기후위기’로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약 200년 전에 비해 섭씨 1도 정도 열이 오른 지구의 현 상황은 조금 더 열이 오르면 곧 실려 가야 할 응급환자와 같은 지경에 이르렀다.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상기후 소식들은 인류가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구가 주는 시그널인 것이다. 저명한 과학자들과 정치인들, 그리고 환경단체들이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에서 막아 내자고 호소하고 있지만 치솟기 시작한 국제 유가와 불안하기만 한 국제 정세 등을 고려해 볼 때 이미 1.5도 이내로 지구 온도 상승을 막아 내는 일은 이제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인류 문명은 과연 이렇게 위중한 기후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내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대안들과 담론이 오가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류가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시대로 함께 나아가는 것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에너지 전환의 시대는 이미 빠른 속도로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 보자. 석기시대는 돌이 부족해서 끝난 게 아니다. 더 효율적인 청동기가 나오는 순간 삽시간에 시대가 바뀌었다. 집집마다 한 대씩 있던 전화기 역시 핸드폰이 등장하면서 삽시간에 사라졌다. 마찬가지로 화석 연료의 시대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빨리 끝날지도 모른다. 태양광 에너지가 이미 화석 연료 기반 에너지들의 효율을 넘어서고 있으며 내연기관 자동차는 서서히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최근 국제 정세로 인한 유가 급등은 오히려 전기차 수요만 부추길 뿐이다. 한번 넘어간 에너지 대전환의 시계는 결코 거꾸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삶을 지향하는 인류 보편의 마음가짐이다. 현재 80억 명을 목전에 둔 세계 인구는 2050년경 100억 명에 육박할 것이다. 100억 명의 인간들이 만약 현재와 같은 필요 이상의 소비를 이어 간다면 지구가 지닌 자원은 금세 바닥날 것이 자명하다. 기후위기가 문제가 아니라 100억 명이 흥청망청 살아가기엔 지구의 자원 자체가 유한하고 부족하다는 것이다. 절대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유한한 지구의 자원에 대해 재사용과 재생이 일상화된 삶, 덜 물질적인 삶이 미덕이 되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인류 전체가 가치 있는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화석 연료 중독을 인류 공통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정의롭지 못한 판단이다. 사실 국가건 개인이건 예외 없이 부유해질수록 훨씬 더 화석 연료를 많이 써 왔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의 책임을 1/N로 나누자는 것은 옳지 않다. 지구상의 부자 10%가 쓰는 화석 연료가 하위 50%가 쓰는 화석 연료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부유할수록 탄소세와 에너지 사용료에 해당하는 세금을 더 많이 더 떳떳하게 내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화석 연료와 함께했던 놀라운 인류 문명은 이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문명의 대전환기에 대한 대비를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좁은 프레임으로 바라봐서 단순히 탄소를 줄이는 데만 혈안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좀 더 큰 프레임인 인류의 지속가능성과 에너지 대전환을 중심에 두고 국가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기이다. 화석 연료의 종말을 눈앞에 둔 지금 어떻게 새로운 시기를 준비해 나가야 할지 다 같이 고민해 보자. 굿바이 화석 연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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