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60) 선택된 오브제로 시대 문화를 담다, 김원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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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미술의 흐름과 함께한 부산 1세대 작가인 김원(1921∼2009)은 함경남도 정평 지역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동표’로, 개명한 시점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김원은 1950년 피란 생활을 시작으로 부산에 정착했다. 1955년 부산의 망향 다방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으며 1959년 ‘제2회 경남미술전람회’에 출품한 ‘인간상’으로 부산시장상을 수상했다. ‘부산미술 30년전’, ‘부산미술의 조형적 계보찾기Ⅰ’, ‘도큐멘타 부산-자료로 보는 부산미술’, ‘1960-70년대 부산미술: 끝이 없는 시작’ 등 부산미술을 역사적으로 조명하는 다수의 기획전에 참가했다.

기록하는 것을 생활화한 김원은 작품 사진을 스크랩한 11권의 화첩을 남겼다. 이 기록 화첩은 그의 작품세계와 변화 과정을 유추하는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가진다.

김원은 새로운 매체와 재료로의 실험이 본격화하기 전인 1960년대부터 구상적 경향에서 벗어나 실험적인 오브제 작품을 시작했다. 그는 “63년부터 드럼통에 용접을 하거나, 오브제를 이용하는 등 앗상브라주 같은 여러 표현 방법을 시도했었다. 당시 물질이 갖는 표현성을 자각했기에 물질을 그대로 사용해서 사실(事實)을 표현하려 했었다”라고 술회했다.

미술평론가 김강석은 (1967)에 기고한 ‘새로운 조형(造形) 황무지(荒蕪地)를 정복(征服)하는 파이어니어-김원’에서 김원을 ‘한국의 조형혁명아’라고 평가했다. 김원은 일상적 매체를 도입하는 ‘재료상의 해방’과 표현 방법 연구를 통한 ‘자유로운 표현’으로 시대를 읽는 감각을 표출했다.

‘선물’(1967)은 초창기 오브제 작품이다. 사각 화면에는 당시 발매된 ‘흑산도 아가씨’(1966) ‘돌아가는 삼각지’(1967) ‘왕년의 가수 6인 걸작집’(1967) ‘투위스트왕’ 등 LP 앨범 커버와 잡지 표지를 콜라주하였다.

대중매체의 이미지를 조합한 LP 앨범 커버 위에 다른 물성의 오브제(동그란 기성 레코드판과 놋그릇)를 결합한 레코드판을 올려놓고, 붉은색 테이프를 리본처럼 둘러 그것을 ‘선물’이라 칭했다. 여기서 오브제는 의미체가 아닌 사실성을 부각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실험적 시도는 시각적 형태의 범위를 확장하는 행위로 새로운 예술에의 도전이자 아이디어로서의 미술의 전개이다. 조은정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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