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이제 많이 친해졌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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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치고 다 같이 한잔 할까?”보다 “집에 가서 혼자 한잔 하려고”가 더 흔한 대화가 된 요즘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혼술·홈술족이 크게 늘었다. 회식이나 외식 대신 집에서, 여럿이 아닌 혼자서, 취하려고 마시는 것보다 술 자체를 즐기기 위해서 마시는 것으로 음주 문화가 바뀌면서 ‘와인’이 떴다. 소주와 맥주를 이어, 혹은 소주와 맥주를 대신해 ‘대중주(酒)’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 이후 수입량 급증
소비층, 2030·노년층까지 넓어져
편의점·와인보틀숍… 판매점 확대
스파클링 와인 등 관심도 확장
개성·전문성 갖춘 와인점 인기

■수입량 쑥쑥, 판매점 속속

우리나라 와인 수입금액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5억 달러를 넘긴 5억 5981만 달러를 기록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5년 새 와인 수입량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7년 수입금액은 2억 1004만 달러로 5년 새 166% 증가한 것이다. 수입중량 역시 2017년 3만 6144t에서 2021년 7만 6575t으로 배 이상 늘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와인 수입 규모는 맥주를 추월했다. 2019년 이전에는 맥주 수입금액이 와인보다 많았지만 2020년 역전당했다. 2020년 맥주 수입금액은 2억 2686만 달러, 와인은 3억 3002만 달러였다. 지난해는 맥주 2억 2310만 달러로 와인(5억 5981만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과거 국내 와인 시장은 ‘와인=레드 와인’이었을 만큼 레드와인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화이트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 등 다양한 종류의 와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판매량도 늘고 있다. 화이트 와인은 코로나 발생 이후인 2020년부터 수입중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19년 7073t에서 2020년 9617t, 2021년 1만 5464t으로 증가했다. 스파클링 와인은 지난해부터 수입량이 급증했다. 2020년 5071t에서 2021년 6962t으로 늘었다.

주로 중장년층에 머물던 와인 소비층이 노년층은 물론 2030세대까지 넓어지면서 가격대도 1만 원 이하부터 10만 원을 넘는 고가까지 다양해졌다. 또한 와인을 살 수 있는 통로도 많아졌다. 예전에는 거의 백화점에서만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도 쉽게 와인을 살 수 있다. 롯데마트는 서울 잠실점에 이어 이달 31일 롯데마트 맥스 창원중앙점에 ‘보틀벙커’ 2호점을 연다. 이마트는 와인 전문매장 ‘와인&리쿼’에서 매달 저렴한 가격으로 ‘이달의 와인’을 선보인다. 홈플러스는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포르투갈 등의 상품을 들여오고 있다. 편의점도 주류 특화 매장을 늘리며 와인시장에 적극 뛰어들었다. 또한 곳곳에 와인보틀숍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어, 와인이 트렌드가 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개성 찰랑찰랑, 부산의 와인숍

와인전문점의 가장 큰 장점은 추천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와인이 궁금하지만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이, 와인에 눈 뜨기 시작해 더 깊게 알고 싶은 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새로운 와인을 찾고 싶은 이 모두를 만족시켜 줄 전문가가 있기 때문이다.

부산 남구 분포로 W스퀘어로 이전해 4월 1일 새롭게 문을 여는 ‘끌리마’는 와인 수입사 와이너의 대표인 이승훈 소믈리에가 운영하는 숍이다. 이승훈 대표는 2011년 지방 출신 최초로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12년에도 출전해 우승했다. “끌리마는 한마디로 말이 안 되는 와인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전국에서 부산으로 달려올 수밖에 없는 와인들이죠.” 이 대표는 와인 마니아들이라면 깜짝 놀랄 만한 귀한 와인들이 가득하다며 자신 있게 말한다. 2019년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한 박민욱 소믈리에도 함께 일하고 있다. 끌리마는 1000종 이상의 와인을 갖추고 있다. 와인 복합 문화공간을 추구하는 만큼 다양한 클래스를 준비 중이며 구매한 와인을 테이블에서 바로 즐길 수 있는 소믈리에 서비스를 즐길 수도 있다. “와인은 참여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설명을 들으면서 마시고 느껴 보면 다른 세계가 보여요.”

금정구 금정로 225 ‘아베크와인365’는 유럽 와인 수입사 아베크와인이 직영하는 숍이다. 최태호 대표는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이며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어디에서나 파는 와인보다는 의미 있는 와인을 파는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와인숍을 냈어요. 아베크와인에서 수입하는 와인 외에도 세계 곳곳의 좋은 와인들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들이고 있습니다.” 최 대표는 은은하지만 지속적으로 향이 올라오는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최근 인기가 커지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과 로제 와인도 많이 갖추고 있다. 와인과 관련한 다양한 교육도 진행 중이다. “와인의 시작은 다양하게 마셔 보는 것이에요. 그리고 와인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면 즐거움이 생깁니다.”

수영구 수영로510번길 10 ‘베러댄보틀샵’은 외관부터 힙하다. 에어비앤비가 많은 골목이라 2030세대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최용수 오너 소믈리에는 영국 코트 오브 마스터 소믈리에 출신으로, 2016년 한국 소믈리에 대회 어드바이저 부문 1등을 차지했다. “현장에서 경험이 많다 보니 초보부터 고급까지 구매자의 요구를 충분히 충족시켜 줄 수 있습니다. 대중적인 와인부터 딥한 와인까지 전 세계 대부분의 와인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추천을 많이 해 주기 때문에 비기너를 벗어난 분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에요.” 베러댄보틀샵은 350종 이상의 와인을 갖추고 있다. 최 대표가 좋아한다는 사케 30여 종류와 크래프트 맥주도 판다. 주류와 잘 어울리는 식품류도 만날 수 있다. “맛있게 즐기고 본인의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이 와인의 즐거움이죠.”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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