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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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부장

‘전쟁은 듣지 않고, 보지 않고,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더 잔혹하다.

전쟁의 어두운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림책. <전쟁>(그림책공작소)은 포르투갈 작가 조제 조르즈 레트리아가 글을 쓰고 안드레 레트리아가 그림을 그렸다. 검은 벌레처럼 전쟁이 다가온다. 역병처럼 일상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증오와 야심을 먹이 삼아 끔찍한 형체를 더 키운다.

전쟁은 눈이 없고 귀가 없는 괴물처럼 생명을 아무렇지 않게 짓밟는다. 전쟁의 광기는 군인들도 죽음으로 내몬다.(그림) 전쟁은 모두를 파멸로 이끌고, 모든 것을 사라지게 만든다. ‘전쟁은 침묵이다.’ 그림책 마지막 페이지에서 ‘벌레 같은 전쟁’만이 살아남아, 스멀스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모습이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잘 자요, 대장>(고래이야기)은 이란 작가 아마드 아크바푸르·모테자 자헤디의 그림책이다. 전쟁으로 상처 입은 아이의 내면을 보여준다. 전쟁으로 엄마와 한쪽 다리를 잃은 소년의 작은 방은 전쟁터다. 소년은 매일 상상 속의 적군과 싸움을 한다. 엄마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어느날 소년은 서로 총을 겨누던 적군 대장도 한쪽 다리가 없음을 알게 된다. 상상 속 자신의 병사들에게 “사격 중지”를 외친 소년에게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잘했어요, 대장.”

와카야마 시즈코의 <군화가 간다>(사계절)는 전쟁을 하러 가는 군화들을 그려냈다. 척, 척, 척, 척, 군화는 이웃 나라 사람을 짓밟고 처억! 처억! 처억! 다른 나라 사람을 뭉개버린다. 계속해서 다음 전쟁터로, 다음 나라로 ‘파괴’의 발자국은 이어진다. 그러면서 군화도 망가져 갔다. 군화를 신은 군인들도 죽어 갔다.

‘우리에게 명령을 내린 국가도 너덜너덜해지고 말았다’라는 문장을 보면서 생각한다. 전쟁에 ‘승자’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이 어리석은 전쟁이란 단어가 지구에서 사라지는 날은 언제일까.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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