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카이도의 독특한 자연, 인간에게 큰 위안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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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다케타즈 미노루

‘햇볕이 좋아 오후에는 낙엽 속에서 잠을 잤다. 그 속에 몸을 누이면 졸음이 온다. 그 옛날 큰곰과 너구리도 이맘때면 나처럼 낮잠을 즐겼으리라. 그러나 나의 단잠도 옆에서 도토리를 나르는 다람쥐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토막이 나곤 한다. 그런데 그 소리가 조금 쓸쓸하게 느껴졌다. 이 계절 숲은 이상하게 조용하다.’

40년간 수의사로 일하며 자연과 교감
야생동물 보호·치료·재활 훈련에 앞장

자연은 언제나 장엄하다. 의 저자 저자 다케타즈 미노루는 인간에게 큰 위안을 주는 자연의 그 미세한 변화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일본 홋카이도 동북쪽 고시미즈에서 40여 년간 숲속 수의사로 일하며 자연과 교감한 나날을 기록했다. 겨울이면 유빙이 몰려오는 바다, 철새가 찾아오는 호수, 울창한 자연림, 그 안에 살고 있는 수많은 야생동물. 홋카이도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자연을 지니고 있다.

숲속 진료소를 운영하는 저자는 가축을 돌보는 수의사지만, 다친 야생동물을 치료하고 다시 숲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기꺼이 도맡는다. 야생동물의 치료와 재활에 전념하는 한편, 대자연이 살아 숨 쉬는 홋카이도에서 만난 야생동물과 식물 그리고 자연을 닮은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면서 느끼고 겪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철 따라 송어 낚시를 마음껏 하고, 햇볕 좋은 날 낙엽 속에서 실컷 낮잠을 자고, 보고 싶은 동물을 쫓아 숲속을 헤매기도 하는 그는 홋카이도의 자연을 한껏 껴안고 살아간다. ‘웬수’ 같은 식객인 야생동물 손님들이 얼마 되지 않는 집안 수입을 거덜 낸다며 툴툴대지만, 사실 그의 마음에는 그들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진한 애정이 가득하다. 자연 속에서 더없는 행복을 찾아가는 유쾌한 숲속 수의사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일상에 지친 마음도 치유되는 느낌이다.

‘내 아지트는 포플러 숲으로 된 방풍림 속에 있다. 승합차의 창문에서 25미터쯤 떨어진 곳에 여우 굴들이 한 줄로 보인다. 일곱 개 정도다. 해에 따라 그 수가 한두 개 늘었다 줄었다 하지만 적을 때도 여섯 개는 된다. 그 땅굴 속에 사는 여우들과 사귀어 온 지도 벌써 35년이나 되었다. 관찰 장소로 승합차를 이용하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작은 탁자도 있으니, 이를테면 침실 겸 서재인 셈이다. 또 한가하게 맥주를 마시며 여우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몇 년을 지내다 보니 이곳 주변의 변화에 대해서는 뭐든지 알 것 같다.’

새끼 여우 헬렌과의 만남과 이별, 동면 중에 새끼를 낳는 큰곰, 겨울마다 털 색이 바뀌는 눈토끼 등 야생동물과 교감하는 매일매일이 진솔하고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홋카이도 사람들의 삶도 함께 담았다. 단순히 자연을 관찰하고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호츠크의 마을’이라는 모임을 통해 자연보호 운동에 앞장서면서 자연을 가꾸고 생산하는 그들의 모습은 자연을 대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1937년 생인 저자는 1966년 붉은여우의 생태 조사를 시작해 1972년부터 다친 야생동물의 보호, 치료, 재활 훈련에 전념해 오고 있다. 다케타즈 미노루 지음/김창원 옮김/진선북스/302쪽/1만 4000원. 천영철 기자 c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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