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을 700억으로? 입찰 논란 한수원, 입찰 관련 숫자도 엉터리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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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원전 5·6호기가 들어서는 울산 울주군 새울원자력본부 전경. 부산일보DB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신고리원전 5·6호기 전력보조기기 경쟁입찰 중 일부 계약에서 업체 간 담합 의혹(부산일보 3월 30일 자 1·6면 보도)이 불거진 데 이어 전자상거래시스템(K-Pro) 부실 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예정가격의 6배에 가까운 계약금액을 냈거나, 예정가격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계약금액도 확인됐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숫자 입력 실수 때문이었다.

<부산일보>는 한수원의 K-Pro에 공시된 신고리 5·6호기 경쟁입찰 계약 169건(2013년 8월~2021년 12월)의 예정가격과 계약금액 등을 분석한 결과 4건의 비정상적인 거래를 확인했다. 2019년 7월 15일 한수원이 A 사와 맺은 계약 ‘비안전등급 전력 및 조명용 케이블’ 내용을 보면 예정가격은 35억 5078만 6216원에 계약금액은 205억 9033만 3940원이다. 낙찰가율(예정가격 대비 계약금액 비율)이 무려 579.88%에 이른다. 공공기관은 경쟁입찰에서 예정가격을 넘어서는 계약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시 내용대로 계약이 이뤄졌다면 한수원은 해당 업체에 엄청난 특혜를 몰아준 셈이다.

전자상거래시스템도 부실 관리
어처구니없는 입력 실수 탓에
0.72%·579% 황당한 낙찰가율

2015년 12월부터 2016년 7월 사이 이뤄진 나머지 계약 3건은 낙찰가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B 사의 ‘금속신축이음부 및 호스’의 낙찰가율은 0.98%, C 사의 ‘공장제작배관 12“(인치) 이하’ 0.88%, D 사의 ‘건설용 계기 정비시험장비’는 0.72%에 불과했다. 이 계약대로라면 납품업체들은 제작 원가에도 훨씬 못 미치는 가격으로 물건을 한수원에 거저 준 것이나 다름없다.

한수원은 해당 계약건에 대해 예정가격 입력에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우선 비안전등급 전력 및 조명용 케이블 경쟁입찰은 예정가격을 작성하지 않는 국제일반경쟁이지만, 실수로 1원 단위 까지 자세하게(?) 예정가격을 기입했다는 것이다. 또 금속신축이음부 및 호스 계약의 예정가격은 애초 7억 2700만 원인데, 끝자리에 0을 두 개 더 입력해 700억 원 넘게 표시됐다.

공장제작배관 12인치 이하 계약건의 예정가격은 원래 99억 6852만 4031원, 건설용 계기정비 시험장비는 10억 3344만 5097원이었다. 이 또한 입력 오류로 예정가격이 100배 부풀려졌다. 정확한 예정가격대로 낙찰가율을 산출하면 △금속신축이음부 및 호스 98.34% △공장제작배관 12인치 이하 88.22% △건설용 계기 정비시험장비’ 71.89% 등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계약 담당자들이 하루에도 수백 건의 계약을 처리하다 보니까 숫자 입력에 실수가 있었다”며 “이 부분은 창피한 일이고 유구무언이다”고 말했다.

한편 한수원은 신고리 5·6호기 일부 계약의 담합 의혹과 관련해 “한수원은 계약법규 취지 및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계약 입찰사무 업무를 하고 있다”며 “일부 과점이 형성된 품목의 입찰에서 낙찰가율이 높게 나오고 있음을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확인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는 등 담합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황석하 기자 hsh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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