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돋보기] 빼따꼼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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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 신한금융투자 서면PWM PB

1939년 9월,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전쟁의 공포를 실제로 직면한 유럽증시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이 질문에 일반적인 대답은 전쟁이 발발했기 때문에 증시가 본격적으로 폭락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의 움직임을 보였다. 유럽증시는 히틀러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오히려 상승하였다. 심지어 일시적인 현상 또한 아니었다. 이 같은 상승세는 다음 해 2월까지, 자그마치 6개월이나 이어졌다.

‘주식시장엔 빼따꼼쁠리가 작용한다.’ 유럽의 워렌 버핏이라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남긴 증시 격언이다. 빼따꼼쁠리(Fait Accompli)는 기정사실화라는 의미의 프랑스어로, 주식시장에 비관이 가득할 때는 그 전망이 이미 주가에 반영되고, 이후 그 전망이 현실화됐을 때 주가가 오히려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빼따꼼쁠리를 통해 1939년 유럽증시를 설명할 수 있다. 유럽에는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하기 전부터 이미 높은 전쟁 발생가능성으로 위기감이 만연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주식시장에 반영되어 당시 유럽증시는 줄곧 하락세를 겪었다. 오히려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전쟁이 빠른 시간 내에 끝날 것으로 믿는 낙관적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였고, 이에 유럽증시는 상승으로 전환하였다.

1939년의 사례는 2022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글로벌 증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우려하며 큰 폭의 하락을 겪었으며 우려가 현실이 되자 오히려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주식시장을 둘러싼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 연준은 올해 초부터 빠른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강한 긴축을 예고해왔다. 글로벌 증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이슈에 하락세를 이어왔지만 정작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되자 미국증시와 국내증시 또한 반등을 보였다. 빼따꼼쁠리가 작용한 것이다.

우려가 아닌 기대감이 작용하는 상황도 존재한다. 제약바이오 업종의 경우 개발 중인 신약의 임상시험 결과 발표를 앞두고 그 기대감에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지만, 발표 이후 기대했던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특정기업의 호실적 전망에 상승했던 주가가 실적발표 이후 하락하는 경우 또한 비일비재하다.

무게추가 한쪽으로 쏠린다면 빼따꼼쁠리를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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