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왕국’ 만든다더니…부산 롯데월드, 규모·콘텐츠 "기대 이하"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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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테마파크존에 조성된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이 규모와 시설면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17일 개장을 앞두고 열린 사전 공개행사에서 시민들이 퍼레이드를 관람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테마파크존에 조성된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이 규모와 시설면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17일 개장을 앞두고 열린 사전 공개행사에서 시민들이 퍼레이드를 관람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핵심 시설인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이하 롯데월드)이 최근 개장했지만, 규모나 시설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최신 시설은 부족하고, 실내 놀이 시설은 전무한 데다 ‘동화 속 왕국’을 구현하겠다던 야심 찬 계획도 온데간데없다. ‘동남권 대표 사계절 체류형 관광단지’를 표방했던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핵심 시설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하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월드는 지난달 31일 부산 기장군 기장읍 오시리아 관광단지 부지 15만 8000㎡에 정식 개장했다. 2013년 부산에 남은 마지막 놀이공원인 수영구 민락동 ‘광안리 미월드’ 폐장 이후 9년 만에 생기는 테마파크로 시민들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테마파크의 규모나 놀이기구 수가 적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불거졌다.

오시리아 단지에 지난 주말 개장

놀이기구 서울보다 적고 야외에만

실내엔 키즈카페·식당만 달랑

사계절 테마파크 트렌드 반영 안 돼

롯데 “시설 수·규모 늘려갈 계획”

롯데월드는 부지 면적 15만 8000㎡에 17종의 탑승·관람시설을 갖췄다. 1989년 서울 송파구에 개장한 ‘롯데월드 어드벤처 서울’(면적 18만 1000㎡·46종 탑승·관람시설)보다 규모나 시설 면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테마파크의 꽃이라 불리는 놀이기구 숫자는 수도권이나 영남권 테마파크와 비교해도 아쉽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는 놀이기구 38종, 경북 경주월드는 29종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월드는 사계절 복합 관광단지를 표방하는 오시리아 관광단지 대표 집객 시설임에도 놀이 기구가 모두 야외에 있고, 실내 놀이 시설은 아예 없다. 실내 시설은 키즈카페와 롤러코스터 레일을 따라 음식이 내려오는 식당이 전부다. 이렇다 보니 비가 올 경우나 한여름 또는 한겨울에 이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넋두리가 시민들 사이에서 벌써 쏟아지고 있다.

테마파크의 새로운 트렌드인 VR(가상공간)과 AR(증강현실) 체험관이나 4D 전용관도 전무하다. 부울경을 대표하는 사계절 체류형 관광단지의 핵심 앵커 시설로서 규모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측면에서도 이름값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태환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롯데월드에는 일본 오사카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해리포터관처럼 일정한 테마를 가진 놀이기구가 없고, 영상과 놀이기구가 결합한 형태의 최신 테마파크 트렌드가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21세기 부산의 랜드마크인 오시리아 관광단지 앵커시설이라고 하기엔 규모나 시설 면에서 아주 아쉽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사계절 테마파크로 거듭나기 위해선 실내 시설이나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기구가 더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테마파크는 특정 주제를 기반으로 연출되는 관광 시설로 스토리와 주제가 필수로 존재해야 한다. 롯데월드의 슬로건은 ‘동화 속 왕국’인데 규모나 시설 면에서 이런 주제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롯데월드는 어드벤처 서울의 슬로건인 ‘모험과 신비의 나라’와 차별점을 두기 어려운 아류”라면서 “롯데월드는 질적이나 양적 모두 테마파크로 정의할 수준의 시설과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카페 등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불만과 불평을 담은 롯데월드 관람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한 시민은 “꿈과 환상의 나라가 아니라 후진 시골농장 느낌”이라면서 “부산이라서 이렇게 만들어 놓아도 사람들이 꾸역꾸역 올 것으로 생각하고 만들어 놓은 것 같다”고 혹평했다. 또 다른 시민은 “추워서 일찍 오기도 했지만, 놀이기구 몇 개 타고 나니 별로 할 게 없었다”면서 “놀이기구 수보다 식음료 파는 곳만 많아 차라리 에버랜드를 1박으로 다녀오는 게 더 좋을 듯하다”고 밝혔다.

롯데월드가 개장하면서 오시리아 관광단지 테마파크 1단계 사업은 완료됐다. 현재 롯데월드 인근에 테마파크 2단계 사업 중 식당가 등은 입점했고, 나대지 상태의 부지(3만 9000㎡)만 남아 있다. 나대지는 현재 롯데월드 교통난 해소를 위해 임시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이곳에는 체험활동 위주의 스포츠파크와 관광객이 머무는 호텔을 조성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시행사인 오시리아테마파크PFV 측은 올해 말까지 2단계 사업 계획을 부산도시공사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 부지에 롯데월드 놀이 시설이 추가로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있었지만, 시행사 측은 기존 계획대로 스포츠파크와 호텔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 있는 테마파크들도 처음에는 놀이기구 수 등을 작게 했다가 점차 늘려나갔다”면서 “롯데월드도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지만 향후 현재 부지 내에서 시설 수와 규모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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