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봄날/송창우(19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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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에서 저 섬으로 가는

일곱물에는 가고

열물에는 못 가는 길



해신당 밑 달랑게는

날마다 천탑 만탑 무너질 탑을 쌓고

떠나간 사람의 발자국마다

청개비는 푸른 알을 낳고

홍개비는 붉은 알을 낳고



문득 저 섬에 가면

십분 거리인데도 십 년이나 만나지 못한 사람

만날 것 같아



손가락 손가락마다

물때 짚으며

동백꽃을 깔고 앉은 봄날입니다.



-시집 (2010) 중에서


고향 가덕도의 봄날을 그린 시인은 창원 산골 오지에 목조주택을 짓고 꽃과 나무를 가꾸며 산다. 가덕도는 더덕이 많이 난다, 해서 가덕도라 했다지만 ‘청개비는 푸른 알을 낳고 홍개비는 붉은 알을 낳는’ 섬이다. 그 섬에 가면 ‘십분 거리인데도 십년이나 만나지 못한 사람’도 만날 것 같다.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고향에서 한 사람을 생각하며, 시인은 ‘손가락 손가락마다 물때 짚으며’ 같은 아름다운 시어를 건져내기도 한다. 곁의 동백꽃은 또 왜 그리 붉은지, 끝나지 않는 역병과 타국의 전쟁에 시름이 깊지만, 꽃이 저리 환하니 이 봄날엔 연분홍색이 가득한 생각을 많이 하자.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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