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 완화 방침에 다주택자 매도 움직임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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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의 양도세 중과 완화 방침 이후 다주택자의 매물이 조금씩 시장에 나오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왼쪽 사진)와 수영구 부동산중개사무소. 부산일보DB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방침을 밝힌 후 다주택자의 매물이 조금씩 시장으로 나오고 있다. 발 빠른 투자자들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매매를 통한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매물 증가로 집값 하락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취득세 완화로 매수자 부담을 덜어 주지 않으면 당장 거래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6일 기준 부산지역 아파트 매물건수는 3만 6795건으로, 10일 전 3만 5361건보다 3.3%가량 증가했다. 부산지역 아파트 매물건수는 지난달 5일 3만 6151건을 기록한 후 줄곧 3만 4000~5000건대를 기록했다.

대통령직인수위, 대책 발표 이후
다주택자 매물, 계속 시장에 나와
부산 아파트 매물 건수, 증가 추세
물량 증가로 집값 하락 기대 높아
“취득세 부담 줄여 거래 숨통 터야”

아파트 매물 증가는 새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방침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인수위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 유예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세부담 완화로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을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현재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20%포인트(P), 3주택자는 30%P 중과되어, 양도세 최고세율은 75%에 달한다. 여기에 지방세를 포함하면 최대 82.5%까지 올라간다. 인수위 발표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는 5월 이후에는 양도세 중과 완화는 사실상 확정적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다주택자들의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사하구 스마트부동산공인중개소 김상학 소장은 “당장 매물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매도 상담이 크게 늘었다”며 “특히 서부산권은 구축이 많고 수요가 적어 다른 지역보다 더 빨리 매물이 쌓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해운대지부 최해천 지회장도 “보유세 부담을 덜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매도 시기를 저울질하는 분위기”라며 “마린시티나 신시가지를 중심으로 새 정부의 정책이 시행되는 시점을 기다리며 대기 중인 매도자와 매수자가 다수”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다주택자의 매물이 계속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최근 2년 동안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이제 더 이상 오르기 힘들다는 심리가 지배적”이라며 “차익을 실현하려는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매물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집값이 안정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만으로는 당장 집값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집값이 하락하려면 먼저 거래가 이뤄져야 하는데 수요가 받쳐 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집값이 정점을 찍은 상황에서 실수요자가 심리적으로 집을 사기 어려운 데다, 투자자들도 취득세 부담 때문에 구입을 꺼린다는 것이다. 지방세법에 따르면 조정지역의 2주택자는 8%, 3주택자는 12%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 남구 초롱부동산 방이선 소장은 “대선 후 서울의 재건축 호재가 있는 구축을 중심으로 가격이 들썩이는 데 반해 부산은 거래 절벽이 계속되고 있다”며 “사실상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인 부산 지역의 규제가 완화되어 양도세와 취득세 부담을 모두 줄여야 거래 숨통이 틜 것”이라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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