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은 애국" "출산 기피부담금 도입"…장관 후보들 칼럼 논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초대 장관으로 내정된 후보자들 중 일부가 과거 칼럼에서 결혼·출산과 관련해 부적절한 인식을 드러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0일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 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각각 내정된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과 이창양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과거 칼럼에서 "암 치료의 특효약은 결혼", "출산 기피 부담금 도입" 등을 주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호영 복지장관 후보자는 2012년 대구 '매일신문'에 기고한 '[의창] 애국의 길'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결혼과 출산이 애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와서 보면 지금만큼 애국하기 쉬운 시절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소위 '때'를 만난 것인데 바로 '결혼'과 '출산'이 그 방법이다. 결혼만으로도 당장 예비 애국자가 될 수가 있고, 출산까지 연결된다면 비로소 애국자의 반열에 오른다. 만일 셋 이상 다산까지 한다면 '위인'으로 대접 받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정 후보자는 또 배우자가 있는 폐암 환자가 독신 환자보다 오래 산다거나 독신 남성이 기혼 남성에 비해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더 높다는 해외 연구 조사 결과들을 인용하면서 "암 치료의 특효약은 결혼이라는 말"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심리학적으로 '해 본 것에 대한 후회'가 '못해 본 것에 대한 후회'보다는 훨씬 낫다고 하지 않은가?"라며 "이제 온 국민이 중매쟁이로 나서야 할 때다. 그것이 바로 애국"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 후보자는 2010년 12월 16일 '조선일보'에 '출산 기피 부담금'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해 저출산의 해결책으로 부담금 도입을 제안했다.
이 후보자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언급하면서 "경제학의 시각으로 본다면 저출산은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만찮은 보육 및 교육 비용에 직장 여성의 경력 손실이라는 기회비용까지 더하면 출산에 따른 비용은 매우 많이 든다", "자녀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편익은 매우 낮다" 등 근거들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경제학적으로 접근한다면 경제력이 있으면서도 출산을 기피하는 데 대해 부담금을 도입하는 것이 의미있는 정책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건강이나 경제 사정 등 불가피한 경우 이외에 출산을 기피하는 세대에게 일종의 부담금을 물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칼럼 말미에 "부담금 도입은 정치적으로는 인기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런 논의만으로도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사회에 알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전날 인수위 기자회견에서 해당 칼럼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경제학적 이론 하나를 소개한 정도"라며 "현실적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고 (칼럼에) 명기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칼럼이 논란을 일으킨 뒤 자신의 포털사이트 블로그 글을 모두 삭제하기도 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