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안 공동정부 파열음, 겉도는 대국민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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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로 정황근 전 농촌진흥청장을 발탁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측 인사는 이날 발표에서도 배제됐다. 당초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에게 행정안전부 장관 등 4명 이상의 장관 후보자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세 차례에 걸친 조각을 통해 18개 부처의 장관 인선이 마무리됐지만,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소위 ‘안철수계 사람’의 새 정부 내각 합류는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이로써 윤·안 양측이 대통령 선거 당시 약속했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공동정부 구상이 출범하기도 전에 좌초 위기를 맞았다.


새 장관 후보에 ‘안철수계 인사’ 배제

대선 때 내걸었던 국민통합 기치 무색


파열음은 지난 11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인수위 탈퇴 선언으로 본격 터져 나왔다. 안 위원장도 “전문성 있는 분야에 조언을 드리고 싶었지만 그런 과정이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한 뒤 14일 공식 일정을 전격 취소함으로써 윤 당선인과의 갈등을 시사했다. 윤·안 두 사람은 지난달 3일 ‘인수위 단계부터 정부 구성까지 협의하겠다’는 단일화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는데, 그 직전 심야 회동에서 윤 당선인은 안 위원장에게 “종이 쪼가리 말고 날 믿어 달라”며 단일화를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안 위원장으로선 윤 당선인이 식언한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동정부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이처럼 공동정부 균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도 윤 당선인은 자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내각 인선으로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 그는 “인사 원칙에 부합하면 어느 계도 상관없다. 거기에 부합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로지 능력을 보고 뽑았지 특정 계파에 구애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 측의 불만 표출에 대해서도 윤 당선인은 “충분히 설명드렸고 본인이 불쾌하거나 이런 건 전혀 없으신 걸로 안다. 본인이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 수 없지만, (안 위원장의 행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잘못은 자신이 아니라 안 위원장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발표된 장관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윤 당선인의 그런 주장에는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널리 인재를 등용했다기보다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 중심으로 편협한 내각을 꾸렸다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조차 “나도 같은 편이지만 인사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탄식할 정도다. 무엇보다 국민 앞에서 스스로 약속한 안 위원장과의 공동정부 전망을 흔들리게 한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윤 당선인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소통과 협치에 바탕을 둔 국민통합을 기치로 내걸어 당선됐다. 그런데 공동정부 약속도 지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통합을 이루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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