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 질환,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도전”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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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벌(재활성) 줄기세포가 중증 난치질환으로 알려진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치료의 원천기술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연구원이 줄기세포를 처리하고 있는 모습. 아래 작은 그림은 대장. 부산대치의학전문대학원 제공 리바이벌(재활성) 줄기세포가 중증 난치질환으로 알려진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치료의 원천기술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연구원이 줄기세포를 처리하고 있는 모습. 아래 작은 그림은 대장. 부산대치의학전문대학원 제공

일전에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지병을 이유로 사임을 했는데 그 병이 궤양성 대장염이다. 하루에도 열 번 안팎으로 화장실을 찾을 만큼 설사가 심하거나 복통, 혈변 등을 일으킨다.

크론병은 식도부터 소장 대장 항문에 이르는 소화기 계통에 염증, 협착, 천공 등을 일으킨다. 병이 진행되면 장 내 염증으로 장이 좁아지고, 협착되는 중증 난치질환이다. 환자의 절반 가량이 15~30세로 젊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을 묶어 염증성 장 질환이라고 한다. 한 번 발병하면 지속해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기존의 일부 치료제에서 결핵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가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생물학적 제제도 한계는 여전하다. 생물학적 제제로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30~50%에 이른다.

황성환(부산제2항운병원장) 김형식(부산대치의학전문대학원) 한진(인제의대) 정지헌(성균관의대) 교수팀이 국내외 의료계가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5년간 23억 원의 국가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호전·재발 반복 심한 복통·혈변

장 협착·천공 ‘중증 난치 질환’

제2항운병원·부산대 치전원

인제 의대·성균관 의대 교수팀

리바이벌 줄기세포로 장 조직 재생

국비 23억 지원 프로젝트 시동


■염증성 장 질환, 호전과 재발 반복

염증성 장 질환은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이다.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계가 장의 점막을 외부의 나쁜 물질로 잘못 인식해 공격함으로써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가족 내 발병률이 다소 높기는 하지만 어떤 식으로 유전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환경적, 면역학적, 유전적 요인이 이 병을 촉발할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염되거나 다른 사람을 전염시키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자가면역 질환이 그렇듯 염증성 장질환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다. 그렇다고 치료약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종류의 치료약이 나와 있고 조기에 적절하게 치료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게 잘 관리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두 번 약물치료를 받았다고 해서 완전히 치유되지는 않는다.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만성질환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치료제 어디까지 왔나, 한계는

염증성 장 질환 치료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설사, 혈변, 복통 등의 증상을 없애 정상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즉, 약물치료를 통한 증상의 호전과 최소한의 투약으로 관해(일시적 회복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치료할 땐 약물치료를 우선으로 한다. 장 협착이나 누공, 농양 등 합병증이 심한 환자는 수술을 시도하기도 한다. 염증성 장 질환에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약은 5-아미노살리실산(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부신피질호르몬제), 면역조절제 등이 있다.

일부의 기존 치료제는 면역체계를 건드리면서 결핵 발병 위험이 커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생물학적 제제이다. 생물학적 제제는 장의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을 차단하는 일종의 표적치료제로 보면 된다.

생물학적 제제는 피하 주사제와 정맥 주사제 두 종류가 있다. 피하 주사제는 복부·허벅지 등 피하 조직에 투여하는 방식으로 주사를 맞는 시간이 10초 내외로 짧다. 정맥 주사제는 정맥에 투여하는 방식으로 보통 병원 입원실이나 주사실에서 투여한다.

김형식 교수는 “생물학적 제제의 출현으로 염증성 장 질환의 치료 패러다임이 바뀐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생물학적 제제에도 치료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30~50%에 이르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가 나오면서 선택지가 예전보다 다양해졌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닌 셈이다”고 말했다.

■리바이벌 줄기세포 조절기술

염증성 장 질환은 염증을 억제하는 기존의 치료방식으로는 완전한 해결이 어렵다. 최근에 출시되고 있는 생물학적 제제에도 치료 반응이 없는 환자 비율이 여전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제2항운병원 황성환 병원장과 부산대 치전원 난치질환모사연구실 김형식 교수팀이 염증성 장 질환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에 선정돼 5년간 23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과제명은 ‘내재성 장 상피 재활성 줄기세포 제어를 통한 염증성 장 질환의 신개념 조직수복 치료기술 개발’이다. 간단히 말하면 리바이벌(재활성) 줄기세포를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해 염증성 장 질환을 완치하는 치료제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장 세포는 다른 장기보다 월등히 세포교체율이 높다. 장 상피세포층이 새로운 세포로 완전히 교체되는데 일주일이 채 안걸린다. 장에 존재하는 줄기세포의 뛰어난 증식 및 분화능력 때문이다.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 투여 과정에서 장 상피의 손상이 일어나면 기존의 장 줄기세포는 빠르게 소실된다. 이때 손상된 기존 줄기세포를 대신해 재생과정을 돕는 새로운 줄기세포가 존재하는데 그것이 리바이벌 줄기세포이다.

김형식 교수는 “장 상피의 손상으로 인해 기존의 줄기세포가 고갈된 상황에서 재생을 촉진하는 리바이벌 줄기세포를 유도해서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이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모두 동물시험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부작용이 수반되는 기술이 대부분이었다. 리바이벌 줄기세포를 활용하면 손상된 장 조직을 획기적으로 재생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성환 병원장은 “리바이벌 줄기세포는 난치성 중증질환으로 남아 있는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을 비롯해 상피 손상이 동반된 대부분의 장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 될 것”이라며 “과제가 종료된 후에는 임상과 연계해 치료효과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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