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골프 대중화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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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골프 전성시대다. 지난해 국내 골프장 이용자 수가 연인원으로 무려 5000만이다. 골프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지난 1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골프가 사치스러운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불과 36%다. 1992년 조사에선 72%였다.

1990년대 중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었다. 마침 박세리라는 걸출한 스타가 나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대회를 휩쓸었다. 골프 붐이 일기 시작했다. 정부는 중산층이면 큰 부담 없이 골프를 치게 하겠다며 골프 대중화에 나섰다. 대표적 사례가 대중제(퍼블릭) 골프장 확대였다.

정부는 대중제 골프장을 체육시설로 간주해 각종 혜택을 줬다. 이용객에게 물리는 개별소비세를 면제하고 재산세도 대폭 할인했다. 그 결과 2001년 45개였던 대중제 골프장은 올해 3월 기준 348개로 늘어났다. 회원제 골프장보다 183개나 많다. 대중제 골프장에 대한 세금 감면액이 지난해에만 1조 원 정도다.

정부의 의도는 빗나갔다. 골프 대중화가 골프장 배 불리기로 귀결된 것이다. 골프 대중화의 요체는 이용료가 싸야 한다는 것인데, 근래 대중제 골프장 이용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주말이면 아무리 싼 골프장을 찾아도 그린피와 캐디피, 카트 사용료, 식사비를 합쳐 1인당 30만 원은 족히 든다.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대중제 골프장의 그린피는 평균 30%나 올랐다. 회원제 골프장보다 비싼 곳도 수두룩해졌다. 경남의 한 대중제 골프장은 주말도 아닌 주중의 그린피가 40만 원이 넘는다. “골프가 다시 돈 있는 사람의 스포츠가 됐다”는 탄식이 그래서 나온다.

불만이 고조되자 정부는 ‘회원제-대중제’로 돼 있는 골프장 체계를 ‘회원제-비회원제-대중제’로 바꾸는 방안을 내놓았고,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지난 15일 통과됐다. 요체는 대중제 같지 않은 대중제 골프장을 비회원제로 분류, 기존 혜택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한국대중골프장협회는 19일 지금의 이용료 폭등은 골프장 부족, 즉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생긴 일이라며 골프장 3분류 체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받은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 여러 혜택을 받아 성장했으면 응분의 보답이 있어야 할 테다. 지금 대중제 골프장 현실을 시장 논리로만 해석하지 말라는 거다. 비싸면 안 치면 되지 않냐고? 그리 따지면 할 말은 없지만, 맥없이 그러기엔 왠지 억울하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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