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핵전쟁 위험 상당” 위협… 우크라 “나약함의 표시” 반격
러시아 외무장관이 세계를 향해 “핵전쟁의 위험이 지금 상당하다”며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이처럼 겁을 주는 행위를 하는 것은 나약함의 표시”라며 “패배를 감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맞받았다.
26일(현지시간) 스푸트니크·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전날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과의 인터뷰에서 핵전쟁 위험이 상당함을 밝히고 "본질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대리인(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있으며 대리인을 무장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러 외무장관 “위험 과소평가 안 돼”
푸틴도 핵 사용 공공연하게 언급
서방, 소형 탄두 사용 가능성 우려
우크라 “모스크바, 패배 감지 의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속전속결로 끝낼 것이란 전망과 달리 고전을 거듭하자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공공연하게 언급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 기간에 핵태세를 전격 강화했으며 지난 20일 핵탄두 15개까지 탑재하고 지구 어디라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맛’을 전격 시험 발사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는 러시아가 전세를 바꾸려고 우크라이나에서 위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소형 핵폭탄 등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25일 AFP통신은 또 라브로프 장관이 ‘3차 세계대전’의 위험에 대해서도 “현재 긴장 상황을 감안할 때 위험이 실재한다”고 말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협상 접근 방식에 대해 “일방적인 요구만 하고 있다. 우리의 선의에는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서는 “협상하는 척만 하고 있다. 그는 좋은 배우”라고 비꼬았다. 우크라이나와의 분쟁 상황에 대해서는 “당연히 모든 것은 협정에 사인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라며 “하지만 협정의 내용은 협정서가 체결되는 그 순간의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달려 있다”는 견해를 밝혀, 평화협상 중에도 폭격을 멈추지 않는 이유를 짐작게 했다.
그러나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 이후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처럼 겁을 주는 행위가 러시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쿨레바 장관은 트위터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세계를 놀라게 할 마지막 희망을 잃었다”면서 “이것은 모스크바가 패배를 감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썼다.
제임스 히피 영국 국방부 장관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라브로프가 러시아 외무장관으로 재직한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그런 종류의 허세였다. 지금 당장은 위험 확산이 임박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4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키이우를 방문하면서 기차를 이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뒤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기차역 5곳을 폭격했다. 폭격 소식을 접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을 빼앗으려 하지만 그는 실패했다”고 쓰는 등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간 신경전이 심화되고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