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천연가스 공급 완전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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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서방의 우려대로 '에너지 무기'를 꺼내 휘두르기 시작했다.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가스업체인 가즈프롬은 27일(현지시간)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천연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했다고 밝혔다. 가즈프롬은 두 국가가 가스 대금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았다며 루블화 결제에 동의할 때까지 공급 중단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유럽 국가 상대로 이번이 처음
루블화로 결제 안 한 게 원인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유럽 국가를 상대로 가스 공급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조치로 유럽 가스 가격은 20% 이상 폭등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앞서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를 '비우호국'으로 지정하더니 이 국가들에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했다. 이들 국가들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가스공급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일종의 보복 조치로 해석된다.

폴란드는 특히 우크라이나 난민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서방 무기의 공급 통로도 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폴란드와 불가리아 모두 러시아의 조치가 "계약 위반"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두 국가는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매우 높다. 통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20년 기준 전체 가스 수입량 중 러시아산의 비율은 폴란드가 약 40%, 불가리아가 77% 정도다.

도미닉 라브 영국 부총리 겸 법무부 장관은 이날 러시아의 가스 중단에 대해 "러시아 스스로에 끼치는 손해가 매우 클 것"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정치적으로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러시아는 더 심각한 외톨이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몰도바의 친러반군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는 러시아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격이 잇따라 몰도바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5일에는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수도 격인 티라스폴 국가보안부 건물이 로켓포 공격을 받았고, 26일에는 그리고리오폴스키 지역의 라디오 방송탑 두 개가 잇따라 폭파됐다.

이처럼 러시아의 공세가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6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과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비회원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4개국'(Asia-Pacific Four·AP 4)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우크라이나전에서 한국의 역할 증대를 바라는 기대감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AP 4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나토 파트너국을 일컫는다. 향후 나토 정상회의 때 AP 4 국가가 초청받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현정 기자·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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