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불난 ‘영도해녀전시관’ 이제야 소방시설 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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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구청이 영도해녀문화전시관에 1년 새 두 차례 불이 나고서야 소방 시설 보강에 나섰다. 첫 화재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가 또 다시 발생한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을 뻔했다는 지적이다.

영도구청은 동삼동 영도해녀문화전시관(이하 전시관) 2층 전시실 운영을 지난 21일부터 중단했다고 27일 밝혔다. 구청은 5월 중순까지 불로 손상된 2층 전시실 내부를 정비하고 2층과 수산물 판매장이 있는 1층에 각각 자동화재감지기도 설치할 계획이다. 자동화재감지기 설치를 포함한 정비 비용은 약 6000만 원이다.

영도구, 작년 화재 후 대처 미흡
각종 화구 등 전기시설 많고
뒤편 산책로 있어 ‘위험천만’
구청 “재발 막기 위해 설비 확충”

앞서 지난 20일 오후 8시께 전시관 2층에 청소도구 보관실에 버려진 모기향에서 붙은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가 약 20분 만에 꺼졌다. 이 불로 2층 전시실 내부가 그을리고 에어컨과 빔프로젝터 등 장치 일부도 손상됐다.

이에 대해 1년 전에도 전시관에 불이 났고, 당시 영도구청이 소방 설비를 보강하지 않아 유사한 화재가 재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3일 오전 6시 40분께 전시관 1층 수산물 판매장에서 불이 났다. 수족관 전기 시설 과부하로 인한 화재로 판매장 내부에 그을림이 생기고 수도 시설 일부가 손상됐다. 하지만 사고 이후에도 관리주체인 영도구청은 소방 시설을 보강하지 않았다.

지난 20일 화재는 내부 CCTV 영상에 연기가 포착된 지 약 1시간 만에 확인됐다. 당시 1층에서 해녀 6명 등이 퇴근 전 정리를 하고 있어서 하마터면 인명 피해를 낳을 뻔했다. 2층엔 자동화재감지기가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 화재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면 대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1층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는 한 해녀의 이야기를 듣고 지배인이 2층을 방문한 뒤에야 대피가 이루어졌다. 화재를 처음 신고한 동삼어촌계 수산물 판매장 김주성 지배인은 “2층에 올라가니 연기로 앞이 보이지 않았고 매캐한 냄새가 났다”며 “불이 난 것을 모르고 일찍 퇴근했다면 큰 피해를 입을 뻔했다”고 말했다.

전시관 뒤편으로는 나무가 우거진 산책로가 자리 잡고 있어 불이 번진다면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었다. 특히 전시관 1층에는 조리를 위한 각종 화구와 수족관 등 전기시설도 많다. 하지만 현재 1층의 소방 시설은 소화기 3대와 수동화재감지기가 전부다.

영도구청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해녀문화전시관은 면적이 작아 자동화재감지기를 설치해야 하는 의무 대상은 아니지만 두 번이나 불이 나다 보니 재발을 막으려는 취지”라며 “지난해에는 수산물 판매장 영업을 빨리 재개하려다 보니 설비를 확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손혜림·김동우 기자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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