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갈 길 먼 부울경 발목만은 잡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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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사회부 행정팀장

모처럼 부산·울산·경남 지역민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민들이 30년 가까이 요구해 온 숙원 사업인 ‘부울경 메가시티’와 ‘가덕신공항’이 첫 출발선에 서면서 조금씩 현실의 일처럼 다가오고 있다.

부울경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메가시티를 향한 도전적인 여정을 시작했다. 3개 시·도가 국토균형발전 문제 해결의 최일선에 서게 된 일은 하루아침에 뚝딱 결정된 것이 아니다. 부울경이 국내 어느 도시보다 앞장서 30년 전부터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다. 부울경이 상공계와 정치권, 대학 등을 중심으로 ‘동남권 공동체’에 대한 논의와 연구를 시작한 때는 1990년대였다.

30년 만의 메가시티·신공항 도전
겹경사에도 부울경은 노심초사
반대 목소리 여전, 과제도 산적
두 사업 실패로 끝나면 진짜 위기

긴 논의 끝에 부울경은 각자도생으로는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힘을 합쳐 넘어서자 결론 내렸고, 그 실질적인 결과물이 바로 지난달 19일 출범한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이다.

3개 시·도는 지역민들이 더 자주 오가고, 교류할 수 있도록 교통망부터 마련하기로 했다. 부울경에서는 1시간 내에 닿을 수 있도록 철도, 도로, 대중교통을 놓자고 손 잡았다. 경제적으로는 미래 산업으로 떠오르는 수소·항공 산업의 핵심 거점이 돼 보자 뜻을 모았다. 지역 성장의 발판이었던 조선·자동차 산업도 힘을 모아 다시 되살리기로 했다.

가덕신공항 건설 역시 국가 정책적 사업으로 확정되기까지 30년이 걸렸다. 신공항 건설은 김해공항 노후화 대안으로 1992년 부산시 도시계획에 처음 반영됐으며, 2002년 김해 돗대산 중국 민항기 추락 참사로 논의가 본격화했다. 24시간 운영 가능한 안전한 공항을 갖고 싶다는 부산의 꿈은 쉽사리 허락되지 않았다. 정치적 이슈로 떠오르며 지역과 중앙이 서로 갈렸고, 영남권 내부도 첨예하게 대립했다. 입지를 놓고 ‘가덕이냐, 밀양이냐’를 놓고 다투다가 한때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엉뚱한 결론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부울경은 가덕신공항 필요성에 동의했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으로 확정되면서 공식적으로 국가 정책 사업이 됐다.

부울경에 대변혁을 가져올 수 있는 겹경사가 찾아왔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주변 여건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덕신공항 건설은 관련 절차를 거칠 때마다 빠짐없이 반대 세력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의 예타 면제 절차 때도 부울경은 초긴장 상태로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였다. 사실 가덕신공항 건설은 지난해 2월 특별법 제정으로 이미 든든한 법적 토대를 갖췄고,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후속 행정 절차를 밟고 있는 사업인데도 말이다.

앞으로 기본계획 수립, 두 차례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하는 기본·실시설계 등 후속 절차 진행 과정에 어떤 돌발 변수가 나타날지 장담할 수 없다. 벌써부터 수도권에서는 ‘쪽박 공항’ ‘정치 공항’ ‘멸치 말리는 공항’ 등 악담을 쏟아내고 있고, 지역에서는 “가덕도에서 첫삽을 뜰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부울경 메가시티도 이제 시작일뿐, 성급하게 성공 여부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 부울경은 특별연합 구성 방식과 사무 등만 대략적으로 합의를 이룬 상황이다. 앞으로 풀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이제는 지역민 삶과 연결되는 현실적 문제들을 풀어가야 하는 만큼 첨예한 갈등도 예상된다. 울산과 부산을 잇는 새 도로를 놓기로 했다 치자. 어느 마을을 지나는 어떤 노선을 택할지, 중앙 정부와 3개 지자체가 사업비를 어떻게 분담할지 등을 둘러싼 갈등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메가시티 운영에는 대대적인 재정 뒷받침이 필요하다. 부울경이 초광역 사업을 결정하고 그에 따른 사업비를 요구하더라도 예산을 쥔 중앙에서 선뜻 지원할지 알 수가 없다.

다만 부울경이 30년간 두 사업에 기를 쓰고 매달린 노력과 역사를 폄하하지 말아 달라. 부울경이 손에 쥔 떡이 많아 이를 뺏기기 싫어서가 결코 아니다.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균형발전을 이뤄내야 미래가 있다고 진정으로 믿기 때문이다. 다른 해답이 있으면 제발 가르쳐 주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부울경이 택한 길을 방해하지는 말아 달라. ‘지역 이기주의’니 ‘여야 정치권의 야합’이라 몰아붙이는 비난에는 허탈감과 분노가 치민다.

부울경은 물론 대한민국이 걱정해야 할 때는 아직 오지도 않았다. 진짜 위기는 국가와 부울경이 노력을 쏟아부은 메가시티로도 지방 소멸을 막지 못했을 때다. 가덕신공항이 들어서도 수도권에 버금가는 경제권·생활권을 구축하지 못하는 상황이 왔을 때다.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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