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보관? 다시 바다? “해양쓰레기, 버릴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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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업 구간 인근의 지자체가 해양쓰레기를 받아주지 않으면서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늘고 있다. 버려진 그물 등 어구 모습. 독자 제공

해양쓰레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조업 도중 발생하는 쓰레기를 정작 버릴 곳이 없어 어업인들의 쓰레기 수거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업 구간 인근의 항·포구를 관리하는 지자체가 해양쓰레기를 받아주지 않으면서 그대로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근해업계는 최근 해양수산부에 해양쓰레기를 조업 구간 인근 항·포구를 관리하는 지자체에서 받아줄 수 있도록 요구했다. 먼바다 조업 도중 발생하는 쓰레기는 위판장까지 가져와야만 처리가 가능하다. 관련법상 가까운 바다의 쓰레기는 지자체 소관이나, 먼바다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해수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인근 가까운 바다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만 수거한다.

조업 도중 발생한 폐그물 등
위판장까지 싣고 와서 처리
대부분 보관 어려워 다시 버려
업계, 항·포구에 폐기 요구
해수부 “지자체 소관 힘들다”

하지만 조업 기간에 발생하는 쓰레기를 배 위에 보관했다가 위판장까지 와서 버리기는 어려운 탓에 쓰레기 인양을 거부하는 배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현장 관계자들은 조업 중 딸려오는 쓰레기는 많지만 이를 전부 위판장으로 가지고 와 버리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20년 넘게 트롤 배를 몬 선장 A 씨는 “조업 막바지는 괜찮지만, 초반에는 그물에 걸려오는 쓰레기들을 조업기간 내내 배에 보관하기가 어렵다”며 “조업 도중에 그물이 꼬이면 그냥 끊어서 바다에 버리거나, 바다 밑 쓰레기들이 그물에 걸려 올라오면 다시 바다로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위판 때 까지 배 위에 쓰레기를 보관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전국 수협들과 협의해서 쓰레기 수매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어업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해수부는 해양쓰레기 1포대(200L)당 2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마저도 위판장에서만 가능하다. 이에 어업인들은 위판장까지 가지 않고 조업하는 구역 인근 지자체나 항·포구에서 해양쓰레기를 받아 주면 어업인들의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해수부 해양환경정보포털에 따르면 조업 중 발생한 쓰레기는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2016년 6000t에서 2020년에는 7700t까지 늘었다. 이는 수매사업을 통해 수거된 쓰레기만 추산된거라, 실제 해양쓰레기는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형기선저인망수협에 따르면 먼바다에서 조업하는 트롤, 쌍끌이, 외끌이 배에서 발생한 쓰레기만 해도 연간 400여 t으로 추정된다.

해수부는 지자체마다 인력이나 예산의 문제가 있어 현실적으로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해양쓰레기를 적재해 놓는 공간 자체가 기피 시설이라 지자체가 이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고 쓰레기 처리 비용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위판을 함께 진행하는 항·포구도 위생상의 문제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고 호소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배가 직접 처리하는 게 맞다”며 “수매사업 확대를 통해 쓰레기 수거 참여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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