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망사고 80% 이상, 법 적용 안 받는 50인 미만 사업장서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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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지난달 19일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아파트 공사 현장. 부산경찰청 제공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6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전국적으로 안전 사망사고는 오히려 늘었지만, 부산만큼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시 기업의 책임자가 안전관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형사처벌을 가능케 한 법이다. 특히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경영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미만의 벌금 등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9건 중 1건만이 50인 이상 사업장
소규모 사업장 안전 점검 강화 필요
안전관리자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부산, 안전사고 줄었다

3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공단에 접수된 전국 산업현장 사고 사망자 수는 12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5명)보다 60% 가량 늘었다. 이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현장에서 분주하게 진행됐던 여러 안전조치들이 실제론 별다른 효과가 없는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부산은 달랐다.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부산지역 산업현장의 사망자 수는 9명으로, 작년 동기(13명)에 비해 30% 가량 줄어들었다. 전국 수치와 대비되는 결과다.

현재까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 받은 부산 기업은 사례가 없다. 다만 2건의 사고에 대해서는 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19일 50대 노동자 추락 사고가 발생한 해운대구 우동 주상복합아파트 공사현장과 3월 23일 60대 근로자가 크레인 바퀴에 끼여 숨진 기장군 일광면의 오피스텔 공사 현장이 대상이다.



사고 대부분이 법 적용 제외

문제는 올들어 부산지역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대부분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이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의 기업에만 적용된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 1월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유예된 상태다.

1분기에 발생한 부산 산업현장의 사망사고 9건 중 단 1건만이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나머지 8건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것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조차 포함되지 않는다. 부산의 경우 중소기업 등 영세한 규모의 사업장 비중이 많다. 그만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서 제외되는 사고의 비중도 많아진다. 실제로 전국의 경우, 1분기 사망사고(121명) 중 절반 이상이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50인 이상 사업장 사고였다. 반면 부산은 무려 80% 이상의 사망사고가 법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이에 부산시는 법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안전조치 점검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안전관리자 모시기에도 ‘진땀’

소규모 사업장이 대부분인 부산에서는 안전관리자 영입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안전관리자들이 ‘귀한 몸’이 됐기 때문이다. 몸값도 배로 뛰었다. 안전관리자는 통상 건설안전기사나 산업안전기사 등 자격증을 갖고 있거나 관련학과 졸업 후 현장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50인 이상 사업장에는 별도의 안전조직을 둬야 한다. 업체들마다 안전조직 전담 인력으로 안전관리자 모시기에 나서면서 이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특히 공공입찰에서 안전관리자 유무에 따라 가중치가 적용되다 보니 업체들이 너도나도 안전관리자를 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4000만~5000만 원대였던 안전관리자 연봉이 최근에는 8000만 원에서 시작한다”고 귀뜸했다.

특히 지역 업체들은 높은 연봉을 제시하더라도 안전관리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마냥 어려운 실정이다. 안전관리자들이 연봉 뿐 아니라 근무환경이 양호한 대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대형 설비업체는 서너 달 이전부터 안전관리자를 구했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업체 대표는 “안전관리자를 구하지 못해 기존에 다른 분야 근무자들이 겸직을 하고 있다”며 “이들의 업부 부담이 크게 늘어 하루빨리 사람을 구하고 싶지만, 높은 연봉을 제시해도 지역 업체라 오려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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