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폭력 남편 두려워 보호 요청… 경찰 대응 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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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입원 환자가 병원을 무단으로 나가 가족을 찾아가자 가정폭력 피해를 우려한 가족이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지만, 경찰이 말없이 현장을 떠난 사이 환자가 가족을 마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환자는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정신병원 이탈한 남편, 집 방문
아내 대피 준비 중 경찰 현장 떠나
흉기 갖고 있었는데… 가족 ‘분통’

4일 부산 사하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낮 12시 10분께 60대 A 씨와 40대 B 씨가 김해의 한 정신병원을 무단 이탈해 A 씨의 가족을 찾아갔다. 경남 김해서부경찰서는 병원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뒤 A 씨가 입원 전 아내 C 씨와 함께 거주한 집을 관할하는 괴정지구대에 A 씨의 이탈 사실을 전하고 공조를 요청했다. 지구대 경찰관 2명은 C 씨의 집으로 출동했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C 씨를 지구대로 피신시켰다.

이후 C 씨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짐을 챙겨야 한다며 경찰에 신변보호 조치와 함께 동행을 요청했다. 이에 경찰은 이날 오후 2시 5분께 C 씨와 집으로 향했고, C 씨가 자녀들과 짐을 챙기는 동안 아파트 입구에서 대기했다.

그러나 약 40분 뒤 경찰이 가족들에게 말없이 현장을 떠났고, 곧이어 A 씨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자녀들은 C 씨를 대피시킨 뒤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 씨를 붙잡아 병원 측에 인계했다. 근처에서 B 씨도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A 씨는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고, 병원 관계자가 도착하자 흉기를 꺼내 소동을 부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동으로 경찰 1명과 병원 관계자가 손가락이 베이는 등 부상을 입었다.

가족 측은 “술을 마시고 C 씨를 상습 폭행하는 등 A 씨의 알코올 중독과 가정폭력으로 가족이 고통을 겪었고, A 씨가 정신질환 판정을 받고 입원한 이후에도 C 씨에게 전화로 수차례 살해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

한 가족은 “A 씨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경찰에 보호를 요청했는데, 말도 없이 현장을 떠나면 어쩌란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순찰차가 대기하다가 인근에 어린이 실종 신고가 들어와 급히 자리를 떠났던 것”이라며 “이후 조치가 미흡했던 건 사실이지만 앞서 동행 등 필요한 조치는 적절하게 취했다”고 해명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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