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1인당 GDP, 19년 만에 한국 추월할 듯”
대만이 19년 만에 1인당 GDP에서 한국을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7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19년 만에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대만의 1인당 GDP가 한국을 앞설 것으로 전망했는데, 시기가 3년 더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대만 경제 성장의 핵심 요인은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전자산업의 선전으로 분석된다.
5일(현지시간)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민진당 주석인 차이잉원 총통은 전날 민진당 중앙상무위원회 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측을 인용, “올해 1인당 GDP가 3만 6000달러에 달할 것”이라면서 “대만의 1인당 GDP가 19년 만에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IMF 보고서, 3만 6050달러 예측
한국 3만 4990달러보다 높게 잡아
코로나 방역 성공·반도체 선전 효과
차이잉원 “모든 대만인 노력한 결과”
차이 총통은 대만이 지난 2년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성공적인 방역으로 공급망 재편의 기회를 파악해 11년 만에 가장 좋은 결과를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3년 이후 19년 만에 1인당 GDP가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했다면서 모든 공로는 모든 대만인이 방역에 노력하고 정부가 경제 구조를 개선한 성과 덕분이라고 말했다.
앞서 IMF는 지난달 낸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과 대만의 1인당 GDP가 각각 3만 4990달러와 3만 6050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의 1인당 GDP 예측치는 3만 9240달러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위기를 겪을 때 대만이 선전할 수 있었던 건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전자산업의 선전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대만은 2015년부터 코로나 직전인 2019년까지 성장률 1~3%대를 기록했으나,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과 2021년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전자 분야 수출이 급증하면서 경제가 크게 성장했다.
대만의 코로나 방역 실적은 통계로 잘 나타난다. 국제 통계 누리집인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를 보면, 2020년 12월31일 대만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799명이었고, 1년 뒤인 지난해 말 누적 확진자 수는 1만 7029명이었다. 오미크론 사태를 겪는 중인 지난 3일 누적 확진자 수는 17만 3942명이었다. 대만 인구는 2300만 명으로, 한국의 45% 수준이다.
성공적인 코로나 방역은 대만의 강점인 전자 제품 중심 산업 구조와 맞물려 수출에 날개를 달았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 사태는 세계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가했지만,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컴퓨터 등 가정·사무용 전자 제품의 수요를 폭발시켰다. 대만은 전자 부품과 통신·디스플레이 제품 등 두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2%(2021년)로 절반을 넘는다.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인 티에스엠시(TSMC)는 2019년 말부터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뒤 엎치락뒤치락 하다 2020년 3월부터는 지속해서 앞서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티에스엠시의 시가총액은 594조 원으로 455조 원인 삼성전자를 넘어선다. 전자제품 수요 폭발로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폭증했고, 싼값에 안정적으로 위탁 생산하는데 두각을 보인 티에스엠시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결국 대만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경제성장률 3.36%로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과 대만 양국으로부터 따라잡힐 위기에 처한 일본에서는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엔화 가치가 바닥 모를 추락을 거듭하며 일본 경제가 궁지로 내몰리는 것과 관련, 일본 원로 경제석학 노구치 유키오 국립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는 5일 경제매체 ‘다이아몬드’에 기고한 글에서 “일본 정치의 근본적인 문제는 소비자와 노동자의 이익을 지키는 정치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의 무역수지가 적자임에도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하는 것을 예로 들며, 경제 추락에도 손을 쓰지 않는 정치권을 한국과 비교해 비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