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희와 함께 읽는 우리 시대 문화풍경] 지휘자와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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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대학원 예술·문화와 영상매체협동과정 강사

오케스트라는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기능적으로 분화되어 있지만 각 파트가 협업하여 하나의 울림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집단이다. 견고한 듯 보이지만 의외로 깨지기 쉽다. 고도의 독자성과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데도 늘 경쟁에 시달리고 위계질서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결코 일체감을 잃어서는 안되며, 화합을 이루어야 하는 조직이 바로 오케스트라다.

고대 그리스에서 오케스트라란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출 수 있도록 만든 반원형 공간을 지칭했다. 17세기까지만 해도 총보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편성 역시 고정적이지 않았다. 1767년 루소의 이 출간될 무렵 대중 앞에서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하나의 집단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악기 종류와 연주자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지휘자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긴 나무막대나 종이 두루마리로 바닥을 두드리며 박자를 맞추는 역할에 불과했다. 음악이 복잡해지면서 지휘자의 비중도 커졌다. 연주자의 기량과 파트별 앙상블의 독자성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음악적 해석을 효과적으로 관철해야 하는 이가 지휘자다.

지휘자의 유형은 가지각색이다. 토스카니니는 언제나 노노(no no)를 외쳐 토스카노노라 불린 불화의 아이콘이다. 화를 참지 못해 악보를 찢기도 하고 지휘봉을 던져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민주적 리더십으로 존경받았던 클라우디오 아바도와는 대조적이다. 스타일도 다양하다. 악보 너머의 세계를 추구한 푸르트벵글러와 므라빈스키는 과장된 퍼포먼스나 음악적 장식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이미지 정치로 지휘자의 표상을 만들어내는 데 치중한 카라얀과 사뭇 다르다. 게오르그 솔티는 음악의 뼈대와 근육을 간결하게 제시한 반면, 레너드 번스타인은 음악을 드라마로 만들었다. 독일음악의 전통을 철저하게 고수했던 오토 클렘페러나 카를 뵘이 있는가 하면, 여기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은 카를로스 클라이버도 있다.

지휘자에 대한 평가 역시 다양하다. 토스카니니는 정확한 비팅으로 흔들리지 않는 고도의 합주력을 이끌어내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때로 음표 공장이라 비난받기도 했다. 카라얀은 비즈니스맨, 아바도는 무능력자로 폄훼하기도 한다. 비난과 상찬이 함께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고 보면 굳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겠다. 그러나 지휘자가 단원들과 어떻게 호흡하며 얼마나 밀도 높게 화합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음악의 빛깔은 달라진다. 조지 셀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카라얀과 베를린필, 토스카니니와 NBC 심포니는 이미 신화다. 흔히 지도자를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비유하곤 한다. 곧 새 대통령이 취임한다. 하모니는 국가의 지도자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 가치다. 갈등의 파고를 넘어서는 전설의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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