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100일… 중기 절반 아직도 “의무 사항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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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6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으나, 국내 중소기업 10곳 중 5곳은 아직 이 법의 의무사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가 숨지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이 사고를 막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올 1월 27일 시행됐다.

5일 중소기업중앙회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의 전국 중소제조업체 50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실태’에 따르면, 이 법의 의무사항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50.6%에 불과했다. ‘일부 모르고 있다’는 응답이 48.0%, ‘거의 모르고 있다’는 답변은 1.4%였다.

중기중앙회, 504곳 실태 조사
‘의무사항 잘 안다’ 50.6% 불과
규모 작을수록 ‘모름’ 비율 높아
“의무사항 명확화·입법 보완 필요”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의무사항을 모르고 있다는 비중이 높았다. 종사자 수 50∼99인 규모 기업의 경우 60.4%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사항을 잘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 기업의 35.1%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을 준수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안전보건 전문인력 부족’(55.4%·복수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준비 기간 부족’(53.1%), ‘예산 부족’(40.7%), ‘의무 이해가 어려움’(23.7%) 등이 꼽혔다. 실제, 자격증을 보유한 안전보건 전문인력이 있다는 기업 역시 31.9%에 불과했다.

응답 기업의 81.3%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체감하는 경영상의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이들은 법을 개정해 ‘사업주 의무내용 명확화’(60.8%·복수응답), ‘면책규정 마련’(43.1%), ‘처벌수준 완화’(34.0%)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실질적 산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설비 투자비용 등 지원 확대’(73.6%·복수응답), ‘컨설팅·대응 매뉴얼 배포 등 현장 지도 강화’(42.7%), ‘전문인력 채용을 위한 인건비 지원’(42.3%) 등 정부 지원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산업현장 사고 사망자 수는 121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75명)보다 되려 60%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은 중대재해의 원인을 노동자에게 돌렸다. 응답 기업의 80.6%는 산재사고의 원인으로 ‘근로자의 부주의 등 지침 미준수’를 지목했다. 또 산재사고 예방을 위해 근로자에게도 책임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도 88.2%나 됐다. 중기중앙회는 중대재해처벌법 이해 수준, 법 준수 여부, 산재사고 예방을 위한 보완 사항 등을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정부는 산재사고 예방을 위해 의무내용 명확화 등 법을 보완하고 안전설비 투자비용 등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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