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로 보낸 그림인데…” 문 대통령 공식 초상화 그린 창원의 ‘1980년생 무명 작가’
지난 3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자신의 초상화를 소개하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어려움이 많으셨을 텐데 공식 초상화로 선정해 주시고, 대통령님께서 제 작품을 직접 소개까지 해 주셔서 작가 인생 최대의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경남 창원에서 10여 년간 작은 화실을 운영하고 있는 초상화가 김형주(사진·42) 씨.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에 남길 자신의 초상화를 그렸다고 소개한 ‘1980년생 무명 작가’다. 김 작가는 문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려 손 편지와 함께 올해 초 청와대에 보냈다.
화가 김형주 씨 마음 담은 인물화
청와대 본관 공식 초상화로 선정
“양산 사저 오시면 꼭 뵙고 싶다”
그는 “2017년 대통령에 당선되신 직후 뉴스에 자주 올라왔던 사진을 보고 초상화를 그렸다”며 “당선 때의 감동을 오래도록 간직하셨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작품을 완성하는 데 1개월 남짓 걸렸다고 한다.
김 작가는 “국정 운영에 고심이 많으실 대통령님께 초상화를 그려 선물한다면, 그 작품을 보시는 잠깐이나마 행복감을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응원하는 마음으로 붓을 들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그는 청와대에 보낸 손 편지에서 ‘어려운 시국 임기 마지막까지 힘내시라고 저의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인물화를 작업해서 퇴임 전 선물을 드린다’고 적었다.
김 작가는 그림을 보낸 지 수개월이 지난 후 청와대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고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그린 초상화를 문 대통령 퇴임에 맞춰 청와대 본관에 ‘역대 대통령 초상화’로 걸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공식 초상화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사진 그대로 그린 입술이나 제 개인적인 화풍에 따른 윤곽 터치 등에 약간의 수정 작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 번에 30분에서 3시간 정도 소요되는 보정 작업은 청와대 관계자가 작품을 가지고 창원을 오가며 수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퇴임 선물로 보낸 그림이지만, 청와대에서 초상화 대금도 받았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대통령님께서 며칠 후 퇴임하시면 곧바로 내려와 양산 사저에 거주하신다고 하니 기회가 주어진다면 뵙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그는 독학으로 유화 초상화를 익혔다. 초상화의 기초가 되는 데생은 전국 유명 작가들을 찾아다니며 배웠다. 현재 그가 운영하는 화실에는 작가(지망생)와 미대생에서부터 기초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 하는 일반인들까지도 찾고 있다.
김 작가는 TV 드라마의 주인공 집에 사용될 대형 초상화를 그렸고, 해외 유명 운동선수가 방한했을 때 초상화를 그려 특집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영화 감독으로부터 의뢰받은 배우 4명의 선물용 초상화와 모 기업의 사장단 등도 그렸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페인의 궁정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와 네덜란드의 프란스 할스, 미국의 존 싱어 사전트 등과 같은 거장들의 작품을 열심히 연구해 훌륭한 작품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게 꿈이다. 그림을 제대로 그려 보고는 싶으나 학원에 다니기 어려운 어린이와 일반인을 위한 유튜브 채널 운영도 구상 중이다.
김 작가는 “대통령님의 소개로 언론에 보도된 후 많은 연락을 받아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절대 들뜨지 않고 변함없는 마음으로 연필을 쥘 것”이라며 “아침에 나가 새벽에 들어오고, 명절 저녁에도 그림을 그리는 저를 이해해 주는 가족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이성훈 기자 lee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