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해양강국’ 내세운 윤석열정부, ‘해양수산 홀대론’…경제부처 중 해수부만 靑소속비서관 ‘패싱’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전국 해양수산단체 “해양수산비서관 복원·해양연안특별위 신설해야” 촉구 공동성명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5일 단행한 대통령비서실 비서관급 1차 인선에서 7개 경제부처 중 유일하게 해양수산부(해양수산 분야)만 소속 비서관을 두지 못하게 돼 논란이 되고 있다. 경제수석실 비서관 내정자들(왼쪽부터 김병환 경제금융비서관, 강경성 산업정책비서관, 김성섭 중소벤처비서관, 김정희 농해수비서관, 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 인수위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5일 단행한 대통령비서실 비서관급 1차 인선에서 7개 경제부처 중 유일하게 해양수산부(해양수산 분야)만 소속 비서관을 두지 못하게 돼 논란이 되고 있다. 경제수석실 비서관 내정자들(왼쪽부터 김병환 경제금융비서관, 강경성 산업정책비서관, 김성섭 중소벤처비서관, 김정희 농해수비서관, 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 인수위 제공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7개 경제부처 가운데 유일하게 해양수산부(해양수산 분야)만 청와대 경제수석실 산하에 소속(전담) 비서관을 두지 못 하는 부처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부산을 찾아 ‘신해양강국 미래비전’을 선포하는 등 해양수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새정부에서는 해양수산업을 홀대한다”는 지적이 해양수산인과 전국 해양수산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관련부처 등에 따르면 인수위는 지난 3일 6개 국정목표 총 110개의 국정과제를 발표했는데, 이 중 해양수산과 관련된 국정과제는 △세계를 선도하는 해상교통물류체계 구축 △해양영토 수호 및 지속가능한 해양 관리 △풍요로운 어촌, 활기찬 해양 등 총 3개 과제로, 내용 또한 문재인정부 국정과제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지난 5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1차 대통령비서실 인선발표’ 결과는 충격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수석실 산하에 6개 비서관을 두게 되는데, 총 7개 경제부처 가운데 유일하게 해수부(해양수산 분야)만 전담 비서관이 없기 때문이다. 김정희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이 농해수비서관이 되면서 해양수산 분야까지 농식품부에서 관장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그동안 경제부처들은 윤석열 정부가 '슬림한 대통령실'을 누차 강조해온 만큼 새 정부에서는 경제수석실 산하 비서관 직제가 일부 통폐합될 것으로 예상해 왔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6개 비서관 직제가 그대로 존치되는 등 문재인 정부와 달라진게 없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7개 경제부처 가운데 기획재정부(경제금융비서관)와 산업통상자원부(산업정책비서관), 중소벤처기업부(중소벤처비서관), 국토교통부(국토교통비서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학기술비서관)가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소속 비서관을 두게 됐다. 하지만 농식품부와 해수부는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통합비서관(농해수비서관)으로 만족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문제는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실상 선임 부처인 농식품부로서는 이번 비서실 인선에 아쉬울게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농해수비서관은 ‘농식품부 관료 출신’ 몫으로 할당되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농해수비서관(실장급)은 농림부 실·국장급 관료가 독차지하고 해수부는 아예 ‘서자’·‘들러리’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해수부 국장급이 청와대 농해수비서관실에 선임 행정관으로 파견돼 그나마 체면을 유지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해수부 국장급이 아닌 과장급을 해수부 몫으로 파견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청와대 비서관은 소관 분야의 여론과 정책의 소통창구이자 부처 간 정책을 조정‧통합하고, 긴급한 현안에 대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신속하게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 등을 수행한다.

해양수산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전혀 없는 농식품부 출신 공무원이 해양수산 분야까지 업무를 관장한다면, 앞으로 정부 정책에서 해양수산인들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국제무대에서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해운·항만·해양과 관련된 정책들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해양한림원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공동 주최로 지난달 25일 오후 2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가칭)해양연안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를 모습. 이날 토론회 발제자 및 참석자들은 “세계 해양정책은 해양주권 강화, 해양산업 경쟁력 제고, 기후변화 대응과 디지털 전환, 해양자원 활용을 위해 통합적인 해양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세계 3대 해양강국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처간 정책 조율과 범부처 대응, 대통령 자문을 위한 (가칭)해양연안특별위원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KMI 제공. 부산일보DB 한국해양한림원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공동 주최로 지난달 25일 오후 2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가칭)해양연안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를 모습. 이날 토론회 발제자 및 참석자들은 “세계 해양정책은 해양주권 강화, 해양산업 경쟁력 제고, 기후변화 대응과 디지털 전환, 해양자원 활용을 위해 통합적인 해양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세계 3대 해양강국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처간 정책 조율과 범부처 대응, 대통령 자문을 위한 (가칭)해양연안특별위원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KMI 제공. 부산일보DB

현재 우리 어촌과 수산업은 소멸위기에 빠져있고, 이제 막 파산 위기에서 벗어난 해운산업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 등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해양영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해상물류 대란, 해양쓰레기 문제 등 현안 또한 산적해 있다.

특히 해양수산업은 ‘바다’라는 공간을 매개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의견 조율과 함께 다양한 부처의 기능이 중첩되는 산업이라는 특수성을 지닌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사례와 같이 바다를 중심으로 하는 부처 간의 정책 조정기구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시점에서 해양수산비서관을 두지 않는다는 것은 해양수산 정책에 대한 홀대이자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많다.

지역을 부산으로 좁혀 봐도 마찬가지이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과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월드엑스포) 유치, 부울경 메가시티 출범, 진해신항(부산항 제2신항) 개발 등 해양수산업과 관련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이에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해국본),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한해총), 한국해운협회,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한수총), 부산항발전협의회(부발협)은 6일 오후 공동성명서를 내고 “우리나라를 신해양강국으로 발전시키겠다던 윤석열 당선인의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기를 바란다. 해양수산 전담 비서관 복원(부활)을 긴급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그동안 박근혜 정부에서는 해양수산비서관을 두어 관련 이슈에 기민하게 대응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전담 비서관 부재로 대응에 차질이 컸다”며 “현재 있는 농해수비서관은 농림(축산식품) 중심이므로 해양수산 전문성 부족에 따른 정책 결정 지연 등이 우려된다. 해양강국의 해양수산 전담 비서관 설치의 필요성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5일 발표된 1차 대통령비서실 인선은 윤석열 정부가 과연 해양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큰 의문을 갖게 했다. 7개 경제부처 중에 유독 해양수산 분야만 경제수석실 아래 (전담) 비서관이 없고, 농림축산식품부 관료 출신 비서관이 해양수산 업무까지 관장토록 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에 있던 해양수산비서관을 폐지한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으며 또다시 해양수산인들을 홀대하는 것으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들 단체는 “지금의 대통령비서실 구조로는 복잡다단한 해양 현안들을 제대로 챙기기 어렵고 ‘해양강국 대한민국’ 비전도 실현해갈 수 없다. 450만 해양수산인은 해양수산 전담 비서관 복원을 긴급히 촉구한다”며 “아울러, 중요한 해양 현안의 협의‧조정‧결정과 더불어 국가해양비전을 제시하고 실행해 나갈 ‘국가해양연안특별위원회’ 신설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한편, 역대 정부에서 청와대에 해수부 소속 비서관(해양수산비서관)을 둔 경우는 해수부가 만들어진 김영삼 정부와 해수부가 폐지(이명박 정부 때 국토해양부로 통폐합)됐다가 부활한 박근혜 정부 등 단 두 차례뿐이다.

이마저도 박근혜정부는 출범 초기 해양수산비서관 직제를 아예 두지 않았다가 지역 여론과 시민단체의 반발에 밀려 해양수산비서관 직제를 복원(부활)시킨 경우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바다를 잘 아는 대통령이 직접 해양수산 분야를 챙길 것이기 때문에 해양수산비서관을 굳이 둘 필요가 없다’는 논리로 해양수산 전담 비서관을 두지 않거나 폐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