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독재·부패’ 상징 마르코스 아들, 대통령 당선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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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독재자 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페르디난드 ‘봉봉’ 로무알데스 마르코스 주니어(64) 전 상원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르코스 후보는 젊은 층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당선 시 민주화 세력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하야시켰던 시민혁명 ‘피플 파워’는 올해로 36주년을 맞았다.

오늘 대통령·부통령 등 공직 선거
마르코스 주니어 지지율 56% 선두
독재 경험 없는 젊은 층 지지 영향
어머니 이멜다 막후 역할도 관심

8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필리핀은 오는 9일 선거를 통해 대통령과 부통령을 포함해 상원의원 13명, 하원의원 300명, 1만 8000명의 지방 정부 공직자를 선출한다.

필리핀 안팎의 관심은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의 대통령 당선 여부다. 현지 조사기관 펄스 아시아가 지난달 16~21일 24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신사회운동(KBL) 소속 마르코스 후보가 56%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선에서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레비 로브레도(57) 부통령(23%)과는 두 배가 넘는 지지율 격차다.

부통령 선거에서는 마르코스와 러닝메이트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43) 다바오 시장이 55%의 지지율로 빈센트 소토 상원의장(18%)을 37% 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마르코스는 독재자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로 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1986년까지 장기집권했다. 그는 특히 정권을 잡은 뒤 7년이 지난 1972년부터 1981년까지 계엄령을 선포해 수천 명의 반대파를 체포, 고문하고 살해하면서 악명을 떨쳤다. 그의 아내이자 마르코스 어머니 이멜다는 1986년 시위대가 대통령궁을 습격했을 당시 3000켤레가 넘는 명품 신발 컬렉션으로 필리핀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국고에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정부 재산을 빼돌린 것도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마르코스 일가가 집권 당시 부정 축재한 재산은 100억(12조 7000억 원) 달러로 추산된다. 이에 참다 못한 시민들이 1986년 ‘피플 파워’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마르코스는 하야한 뒤 3년 후 망명지인 하와이에서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독재자 마르코스의 과거 잔혹하고 부패한 통치의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음에도 그의 아들이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의아해 하고 있다. 그의 높은 지지율은 독재를 경험한 적 없는 젊은 층의 지지에서 기인한다. CNBC에 따르면 투표권을 가진 필리핀 국민 50% 이상이 18~41세 사이의 연령층이다.

마르코스는 ‘다시 함께 일어서자’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과거 필리핀의 위대함을 되살리자는 선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틱톡을 비롯한 소셜미디어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젊은 층에 어필하고 있고 그의 이름을 딴 'BBM'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마르코스의 어머니 이멜다(92)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멜다는 남편의 대통령 재임 기간에 보석류와 명품 구두 등을 마구 사들여 ‘사치의 여왕’으로 불렸다. 뿐만 아니라 메트로 마닐라 시장과 주택환경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요직을 맡아서 남편 못지 않게 왕성한 대외활동을 벌인 인물이기도 하다. 마르코스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멜다가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봉봉 마르코스가 당선될 경우 거액을 부정축재한 독재자 가문이 시민들에 의해 쫓겨난 뒤 36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잡게 되는 셈이어서 마르코스 당선 시 선거 후에도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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