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윤석열 정부 출범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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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충 해양산업국장·한국해양산업협회 사무총장

인도네시아 영토는 전 세계에서 15번째로 넓다. 대한민국보다 무려 20배 정도 광활하다. 그런데도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세계해양포럼에서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의 젤다 울란 카르티카 부대사는 인도네시아 국토를 781만㎢라고 소개했다. 거의 4배나 부풀린 셈이다. 왜 그랬을까. 그는 이어진 설명에서 국토 면적(781만㎢)은 영토(200만㎢)에 영해(325만㎢)와 배타적경제수역(255만㎢)을 합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3조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영해는 법률인 ‘영해와 접속수역법’에서 따로 정했다. 인도네시아 헌법과 법률이 어떻게 구성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외교관이 영해를 포함한 국토 개념으로 해양주권을 강조하고 해양국가임을 선전한 것은 분명히 큰 감동이었다.

해양수산 분야 국내외 현안·난제 산적
해양주권 침해 우려 높은 엄중한 시기
신해양강국 위해 대통령과 소통 절실
전담 비서관 두고 해양특위 신설해야

대한민국 외교관이나 해양수산부 고위 관료들이 국제 포럼과 같은 공식 석상에서 대한민국 국토를 과연 그렇게 소개하고 해양국가를 선언한 사례가 있을까. 국토 면적을 애써 부풀리자는 뜻이 아니다. 그만큼 해양주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해양 입국에 힘을 보태자는 당부다.

10일 새 정부가 출범한다. 늘 그렇듯 새 정부에 대한 기대는 크다. 아무리 치열한 경쟁을 치렀더라도 새 정부가 더 잘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국민이 같을 것이다. 해양수산 업계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해상물류 대란, 한·일 어업협상 등의 현안이 산적해서 새 정부와의 소통이 더 절실하다.

다행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일찍부터 ‘신해양강국’을 선언했다. 하지만 당선인 결정 이후 인수위 활동과 대통령 취임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 상황이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소통 통로인 대통령실 비서관 직제를 확정하면서 해양수산 분야를 소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7개 경제부처 중 유독 해수부만 전담 비서관 파견을 요청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오판이다. 차관급 수석비서관을 신설해도 충분하지 않을 ‘엄중한’ 해양주권의 위기 상황에서 해수부 파견 공무원을 비서관 아래 직위인 선임행정관만 두겠다는 발상은 ‘신해양강국’ 선언을 무색하게 한다.

대통령실 해양수산비서관 직제는 해수부 출범과 궤를 함께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6년 8월 해수부가 처음 출범하면서 대통령실에 차관급인 농림해양수석비서관과, 그 산하에 1∼2급 해양수산비서관 직제가 신설됐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수석비서관을 없애고, 그 아래 직급인 농림해양비서관이 농림부와 해수부 2개 부처를 담당하도록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산업자원부, 농림부, 해수부 등 무려 6개 부처의 소통을 도맡았다. 이명박 정부는 아예 해수부를 폐지하고, 해양은 국토해양비서관, 수산은 농수산식품비서관에게 맡겼다. 해수부와 해양수산비서관 직제는 박근혜 정부에서 부활했으나, 그를 탄핵한 문재인 정부는 다시 해양수산을 농림과 묶어서 농해수비서관으로 통합했다.

소통이 부족하면 정책도 없다. 부처 차원에서 잘 기획된 정책이 부처 간 조율 과정이나 대통령실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전례를 숱하게 보았다. 그만큼 대통령실 비서관은 소관 분야 여론과 정책의 소통 창구로 역할이 중대하다. 아무리 장관을 중심으로 국정을 펼쳐 나가겠다고 대통령이 역설해도 대통령실에 전담 비서관이 없다면 정책 소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오랫동안 경험했다.

어촌과 수산업은 소멸 위기이고, 해운산업과 조선산업은 시한부 수준의 경쟁력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힘들게 경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남중국해 사례에서 보듯이 해양주권은 더 중요해졌다. 그러나 해수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은 없다. 외교부와 산업부 등 이른바 ‘힘 있는’ 부처의 협조를 이끌어 내야 하고, 이를 위해 대통령과의 소통은 꼭 필요하다.

대한민국 바다는 육지 면적의 4.4배에 달한다. ‘바다가 육지’라고 생각하는 젤다 부대사처럼 대한민국 해양주권도 그런 소통과 상상력의 관점에서 오롯이 지켜질 수 있다. 해양주권이라는 단어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 한 단어다. 그만큼 강력한 결속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이자, 대외적으로 자주적 독립성을 갖는다는 해석은 국어사전에서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참에 해양수산비서관 직제 복원과 함께 해양수산 현안을 조정·협의하고 실행할 컨트롤타워인 ‘국가해양연안특별위원회’ 신설을 촉구한다.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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