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 없는 MZ세대 연구원들에 기회 줬더니 ‘참신한 연구’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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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 분야 국책 연구기관이 사상 최초로 자율 연구조직을 도입했다. 보직을 맡고 있지 않은 젊은 MZ세대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성과에 대한 압박 없이 하고 싶은 연구의 기회를 제공해 관심을 끌고 있다.

KMI, 15개 주제 중 8개 자율연구
100여 명 팀 꾸려 공모 신청 성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는 지난달부터 진행된 내부 공모를 통해 제안된 총 15개 주제 중 최종 8개를 최근 ‘자율연구그룹’으로 선정했다. 공모 대상자는 보직을 맡고 있지 않은 젊은 연구원들. 비보직자 연구원 100여 명이 팀을 꾸려 공모를 신청했고, 최종적으로 8개 팀이 선정됐다. 통상 한 연구를 책임지고 이끄는 자리에 가기까지는 길게는 10년도 더 걸리지만, 비보직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인 덕에 30대 안팎의 젊은 연구자가 대거 몰렸다. 소속된 연구실이나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연구의 틀에서 갈증을 느낀 연구자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해양도시’ ‘입체항만’ ‘스마트 어촌 전환’ 등 8개 주제가 최종 선정됐다.

이 중 가장 젊은 그룹장은 KMI 경제전략연구본부 지역경제·관광문화연구실의 황재희(35) 박사다. 그와 함께 팀을 이룬 강창우, 김예림 연구원도 모두 30대 중반이다. 연구직의 특성상 석·박사 수료 후 입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입사가 10년도 채 안 된 연구원들인 셈이다. 젊은 연구원들이 기존 국책 연구기관이 수행해야 하는 통상적인 연구를 벗어난 주제를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이끌기는 쉽지 않다.

황 박사 팀은 해양도시에 대한 과제를 내놓았다. 기존에는 해양과 항만의 지엽적인 기능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황 박사 팀은 해양의 기능과 그에 따른 도시의 모습을 이번 연구에서 제시할려고 한다. 역사적으로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가 대도시로 성장해 왔는데, 항만 등 해양의 주요 기능이 약화되면서 그 배후에 위치한 도시는 어떻게 성장과 쇠락을 거쳐 왔고 어떤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 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연구는 없었다.

KMI는 국책연구기관인 탓에 특정 정책을 위한 가까운 미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에 소속된 연구원들이 정책 연구에서 벗어난 주제에 천착하기는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그럼에도 먼 미래를 내다보는 연구도 꼭 필요하며 이는 국책 연구기관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바이기도 하다. 황 박사는 “함께 그룹에 속해 있는 연구자들도 모두 같은 연구실 소속도 아니며 오로지 연구 주제에 대한 열정만으로 모인 것이다”며 “연구실을 넘나들며 융복합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어서 연구자들의 기대감도 크다”고 전했다. 황 박사 팀의 연구 이외에도 해양조사, 해양전략, 시푸드테크, 입체항만, 해양교통정책, 수산물 수급 DB, 스마트 어촌 등 기존 정책연구에서 벗어난 젊은 연구자들이 이끄는 다양한 주제의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종덕 KMI 원장은 “자율연구조직은 젊은 연구자에게 새롭고 독창적인 연구가 가능한 환경을 제공해 기존 조직체계의 경직성을 보완할 수단으로 구상했다”며 “첫 시도여서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도전적인 연구주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수행함으로써 개인과 조직이 함께 발전하는 새로운 연구조직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혜랑 기자 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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