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문화 변화·코로나 악재… ‘25년 금강웨딩홀’ 폐업
25년간 부산 대표 웨딩홀로 명맥을 이어온 동래구 금강웨딩홀(옛 금강예식장)이 결국 사라진다. 웨딩 트렌드 변화에 코로나 악재가 겹치면서 부산의 오래된 결혼식장이 속속 문을 닫는 추세다.
8일 동래구청은 온천동 금강웨딩홀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작업은 올 3월 시작돼 오는 6월 30일 마무리될 계획이다. 웨딩홀 건물이 있던 면적 6728㎡ 부지에 들어올 건물의 용도는 미정이나 현재 교육청에서 교육영향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교육영향평가는 21층 이상의 건축물에만 진행되는 것으로, 고층 주상복합건물 등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1997년 오픈 후 ‘예약 전쟁’
한때 부산 대표 웨딩홀 각광
동구 스타일웨딩홀도 문닫아
1997년 문을 연 금강웨딩홀은 한때 부산 대표 예식장이었다. 초기에는 허례허식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호텔 결혼식을 금지한 법 때문에 호텔 예식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탓에, 손꼽히는 고급 시설을 갖춘 금강웨딩홀에서는 ‘예약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한국웨딩협동조합 유동학 이사는 “주말마다 홀 4개 예약이 꽉 차 쟁탈전이 벌어지고, 미남교차로는 차가 많아 유턴을 못 할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금강웨딩홀 철거 소식을 전해 들은 주민들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동래구 주민은 “어릴 적 시골에서 돌아올 때 만덕터널을 나와서 금강웨딩홀 건물이 보이면 부산에 돌아왔구나 생각했다”며 “상징적인 건물이었는데 사라진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웨딩홀 중 하나였던 동구의 스타일웨딩홀(옛 새마당예식장)도 코로나 악재를 못 견디고 최근 문을 닫았다. 부산역 앞에 위치한 스타일웨딩홀은 80년대 문을 열었다. 역세권에 있어 편리한 접근성으로 한때 인기를 끌었지만 경영 악화로 결국 폐업했다.
오래된 웨딩홀의 잇따른 폐업에 대해 전문가들은 웨딩 트렌드 변화를 이유로 꼽았다. 유 이사는 “호텔 예식장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당시, 고급 웨딩홀은 유일한 선택지였지만 식장 시설이 상향 평준화되고 웨딩 플래너가 등장하면서 예비부부들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며 “코로나 장기화까지 겹쳐 경영이 악화되면서 차별성을 잃은 웨딩홀들은 결국 문을 닫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