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 자활 능력 키워 당당하게 사는 모습 보면 뿌듯”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강충걸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회장

“앞으로도 겸허한 마음을 갖고 장애인 봉사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항상 낮은 곳에서 묵묵히 활동하는 봉사자들과 십시일반 후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수상의 영예를 돌리고 싶습니다.”

강충걸((주) 파나컴 대표) (사)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회장은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제42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지난 40년간 장애인을 위해 다양한 복지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헌신적인 봉사를 펼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장애인 날 국민훈장 ‘모란장’ 수상
통일 염원 국토 순례 등 40년 봉사
숨은 봉사자와 후원자에 영광 돌려

강 회장은 부산 동구 초량동 커피타운빌딩에서 장애인 정보화 교육, 장애인 운전면허 취득 교육, 시 낭송 아카데미, VR가상체험, 3D영화관, 가족사랑행복나눔대회, 자기계발서 전용도서관, ‘영혼이 춤추는 도서관’ 유튜브 등 장애인 자활 능력과 복지 향상을 위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프로그램 참여 인원만 1만여 명에 달한다.

강 회장은 1980년 2월 부산지체장애인복지회 설립 때 발기인 대표를 맡으며 장애인을 위한 봉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는 30대에 부산시장 표창, 40대에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50대에 대통령 표창, 60대에 국민포장을 차례로 받은 데 이어 일흔이 넘은 나이에 최고 영예인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으며 ‘사회복지유공자 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강 회장은 2017년 ‘제38회 부산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제33회 자랑스러운 부산시민상’ 봉사 부문 본상을 받기도 했다.

강 회장이 본격적으로 장애인 봉사에 나서게 된 계기는 월남전 참전이다. “당시 북베트남과 가장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해병대 청룡부대 짜빈동 중대(3대대 11중대)에 소속돼 참전했습니다. 그때 많은 전우가 전사하거나 크게 다치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전역 뒤 사회에 나가면 이들을 위한 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했고, 실천한 것이 오늘까지 이어졌습니다.”

강 회장은 장애인을 위한 수많은 활동 중에서도 ‘통일 염원 국토 순례’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1991년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슬로건으로 시작된 행사는 지난해까지 27차례 열렸다. 올해는 10월 전남 진도와 해남에서 28회 행사를 열 계획이다.

“2005년 9월 장애인과 비장애인 봉사자 475명이 금강산에 갔을 때, 장애인들이 포기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금강산을 오르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북한 땅에서 백두산과 한라산, 금강산의 물과 흙을 하나로 묶는 합수·합토제를 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강 회장은 가족과 함께 사회공헌 활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2005년부터 올해까지 17년째 새해가 되면 부산사랑의열매를 방문해 한 해 동안 가족이 모은 성금을 기부했다. 하지만 이를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결혼할 때 가훈을 ‘낮게 살고, 높게 생각하라’고 정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알려지길 원해서가 아니라 묵묵히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강 회장은 한 번 인연을 맺으면 보통 20~30년 이상 지속한다.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나 수많은 기관, 단체 가운데 신뢰를 굳건하게 쌓아온 이들이 많다. “특정한 분이나 단체를 거론하면 다른 분들이 서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은산해운항공(주) 양재생 회장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그분의 모토인 ‘된다! 된다! 잘 된다! 더 잘 된다!’는 초긍정 에너지가 봉사 활동을 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강 회장은 많은 후원자로부터 ‘봉사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방법을 잘 몰라 망설였는데 봉사의 길로 인도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장애인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존감과 자활 능력을 키우고 사회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장애인 사회 인식 개선과 복지 실현을 위해 그동안 힘을 모아준 후원자와 봉사자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겠습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