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마민주항쟁은 대한민국 역사 흐름 바꾼 꺾쇠”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구수경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장

지난 6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국무총리소속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 구수경 위원장. 구 위원장은 비상근 위원장으로 한 달에 1번 서울로 가고, 평소에는 부산에서 업무를 본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지난 6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국무총리소속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 구수경 위원장. 구 위원장은 비상근 위원장으로 한 달에 1번 서울로 가고, 평소에는 부산에서 업무를 본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부마민주항쟁은 4대 항쟁 중 하나가 아닌, 대한민국 역사 흐름의 방향을 전환한 ‘꺾쇠’입니다”

지난 6일 부산 부산진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국무총리 소속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 구수경 위원장은 단호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구 위원장은 여성계 측 인물로 올해 위원으로 위촉됐고, 올 4월 초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지난해 진상규명 기간 연장에 대한 개정법률안이 의결돼 조사 기간이 1년 연장(필요시 1년 추가 연장)되고, 정권이 바뀌는 시점과 맞물려 위원장직을 맡게 된 그였다.

연장된 진상조사 기간이 ‘최종 데드라인’처럼 여겨지는 것이 구 위원장의 책임감에 무게를 더한다. 남은 기간 진상규명위의 군, 경찰, 국가정보원(당시 중앙정보부) 공식 기록에 대한 조사 권한 확대, 사제총기 사건, 대학 내 상담지도관실 역할 진상 규명 등 주요 과제를 매듭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1988년부터 인권 시민단체서 활동

피해자 트라우마센터 부산 건립 목표

여성 피해자 신원·성차별 규명할 것


1987년 6월 항쟁 때 회사를 그만두고 거리에 나섰던 그는 여고생 시절 간접적으로나마 부마항쟁을 체험했다. 구 위원장은 “대학생 오빠가 있던 친구가 ‘다른데 말하면 잡혀간다’며 시위 이야기를 해주던 기억이 난다”며 “하굣길 버스는 늘 시위대랑 만나 전진을 못하는데도 버스 기사가 차 문을 절대 열어주지 않던 게, 당시 시위대 증가를 막으려는 정부의 지시 하달 때문 아니었나 생각도 한다”고 회상했다.

구 위원장은 오랜 시간 인권 관련 시민단체 생활을 해왔다. 1988년 부산민주청년회 여성분과가 시민단체 생활의 시초였다. 이후 부산여성회, 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북구여성문화인권센터 등을 거치며 여성폭력 피해자 상담을 하기도 했다.

관련자 규명과 실질적 보상뿐만 아니라 부산트라우마센터 건립도 구 위원장의 목표 중 하나다. 부산도 형제복지원을 비롯한 국가 폭력을 겪은 지역인데, 국가 폭력 피해자를 다루는 트라우마센터는 광주에만 있다는 것이다.

구 위원장은 “최근 부마항쟁 관련자 중에서도 형제복지원에 입소했던 사례가 1건 파악됐다”며 “부산에서 벌어진 국가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은 광주 트라우마센터까지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부마항쟁 진상규명위원회가 처음으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 보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인정하기까지 많은 단서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련자의 사건 간 연계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구 위원장은 강조한다. 부마항쟁 당시 학생 시위를 선동했다는 혐의를 받아 부당 해직됐던 동아대 김민남 교수는 부마항쟁 관련자로 인정받아 지난달 국가배상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김 교수가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도 일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 것이다.

구 위원장은 “한 사람의 삶이 구분 지어져서 특정 사안에만 관련 있지는 않다”며 “현재 관련자 인정은 중복할 수가 없는데, 한 사람이 동시대 사건에 중복돼 연관될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부마항쟁 속 여성 당사자의 이야기도 주목할 계획이다. 그는 “고문과 성추행 증언도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자 목록에서 ‘숙’, ‘옥’ 등 당시 여성 이름으로 많이 쓰인 글자를 바탕으로 인원수를 세어 보니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며 “수적으로 ‘여성 당사자’의 존재를 밝히는 것도 필요하고, 여성이었기에 겪은 차별에 대한 과제를 떠올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