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전에 수류탄 폭발… ‘필리핀 대선’ 혼란의 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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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일인 9일(현지시간) 필리핀 리잘주 타나이타운의 투표소로 사용되는 학교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 EPA연합뉴스

필리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현지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수류탄이 터져 1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필리핀 당국은 대선 하루 전날부터 당일까지 이틀간 전역에서 금주 조치를 시행 중인 데 더해, 치안 유지를 위해 필리핀 전역에 수만 명의 군인과 경찰을 배치했다.

9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틀 전 북부 일로코스수르주의 마그싱갈 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지지자들이 총격전을 벌여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북부 누에바에시하주에서도 시장 후보 2명의 경비원들이 서로 총을 쏴 5명이 다치고 주변의 차량들이 크게 훼손됐다.

선거 과정서 총 발사 4명 사망
수류탄 다섯 발 터져 8명 부상

이어 선거 하루 전날인 8일 밤에는 남부 민다나오섬 마긴다나오주의 다투 운사이와 샤리프 아구아크 자치 구역 투표소 밖에서 수류탄이 모두 5차례 터져 8명이 부상했다. 다친 시민들은 현장에서 도보로 8∼12시간 떨어진 산악 지역민들로 투표를 하기 위해 마을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긴다나오주는 지난 2009년 11월 주지사 선거 출마자를 대신해 후보 등록을 하러 가던 부인과 여동생 2명, 언론인 27명 등 총 58명이 납치돼 살해된 적이 있는 곳이다.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 대변인은 이번 총격과 수류탄 공격이 선거와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당국은 또 선거 치안 유지를 위해 이틀 전부터 투표소와 검문소 경비를 비롯해 선거 관리 공무원 경호를 위해 전역에 군인 4만 8000명과 경찰 1만 6000명을 배치했다.

민다나오 다바오시의 전 시장이자,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사라 두테르테는 기자들에게 유권자들이 폭력 사태의 결과로 ‘투표할 권리’를 박탈당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총기 소유가 쉬워 살인 등 강력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나라다. 특히 선거철에 총기 사고가 잇따라 정부가 치안 유지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필리핀은 이날 대통령과 부통령 외에도 상원의원 13명, 하원의원 300명을 비롯해 1만 8000명의 지방 정부 공직자를 뽑는 투표를 시작했다. 대통령 선거에는 독재자 페르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가 출마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투표는 현지 시간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이현정 기자·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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