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충원 참배→ 퇴임 연설→ 걸어서 청와대 퇴근
문재인 대통령 마지막 날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9일 자정 종료됐다. 2017년 5월 10일 취임해 5년간 이어졌던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이 모두 마무리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임기 마지막 날 일정을 시작했다. 이어 용산구 효창공원 독립유공자 묘역을 찾아 선열들을 참배했다.
이어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에서 임기 내 소회와 대국민 메시지를 담은 퇴임 연설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부러움을 받는 위대한 국민의 나라”라면서 그동안의 국정 성과를 언급했다.
싱가포르 대통령·중 부주석 접견
유은혜 부총리 등 장관 사표 수리
청와대 직원들 700여 명 환송
“5년간 처음 퇴근, 사랑합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위기 때 더욱 강해지는 우리 국민의 높은 역량에 끊임없이 감동했다”며 “국민도, 정부도, 대통령도 정말 고생 많았다”고 했다. 대통령이 자신을 지칭해 “고생 많았다”고 표현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그만큼 방역에 있어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는 언급으로 볼 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은 국정운영에서 아쉬웠던 점을 일부 연설에 담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한 촛불광장의 열망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응했는지 숙연한 마음이 된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을 포함한 권력기관 개혁, 의회 민주주의 회복 등 정치·사회 분야 개혁 과제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오후에는 마지막 외교 일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참석 차 방한한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과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을 만났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들 일정을 모두 소화한 문 전 대통령은 오후 5시 54분 청와대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마지막 퇴근길에 나섰다. 청와대 직원들 700여 명이 환송을 나와 청와대 본관부터 대정원까지 도로변을 따라 도열해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마지막 퇴근길을 지켜봤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여사와 함께 본관 앞에 마중나온 직원들을 보고 미소지으며 화답했다. 이후 문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각각 청와대 직원들을 대표한 두 명의 직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직원들은 대부분 흰색, 하늘색, 파란색 등 푸른 계열의 풍선을 들고 있었으며 일부 직원들은 각자 눈에 띄는 플래카드를 준비했다.
문 전 대통령은 “5년간 처음으로 퇴근을 한다. 모두 사랑한다”고 청와대 직원들에게 인사했다. 이후 문 전 대통령 부부는 청와대 정문으로 나와 분수대까지 걸어 내려가면서 환영나온 시민들과 지지자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퇴근 후에는 서울 시내 모처로 자리를 옮겨 국방부 등과 연결된 핫라인을 통해 10일 0시까지 군 통수권을 행사했다.
문 전 대통령은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에 곧바로 경남 양산의 사저로 향해 본격적으로 전직 대통령의 삶을 살게 됐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