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58>인사가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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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27일(한국시간)…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준결승 1차전 맨체스터 시티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에서 후반 29분 맨 시티의 베르나르두 실바가 4-2로 앞서나가는 득점을 성공시키고 있다.’

어느 신문 사진설명인데, 이 설명에 따르면 맨 시티의 4번째 골은 베르나르두 실바가 넣지 않은 셈이다. 실바가 득점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을 보자.

*-시키다:(일부 명사 뒤에 붙어)‘사동’의 뜻을 더하고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교육시키다./복직시키다./오염시키다./이해시키다./입원시키다./진정시키다./집합시키다./항복시키다./화해시키다.)

하지만 실제로는 실바가 골을 넣었는데…, 민중서림판 (이희승 편저)의 뜻풀이를 더 보자.

*-시키다: ①어떤 명사 밑에 쓰이어, ‘하게 하다’의 뜻을 나타내는 말.(운동~/구경~/석방~.) ②‘하다’의 뜻으로 잘못 쓰는 말.(전깃줄을 연결~.)

이러니 ②처럼, 사동의 뜻이 아니어서 접미사 ‘하다’를 써야 할 자리에 ‘시키다’를 잘못 썼다는 얘기다. 저 사진설명은 ‘득점을 하고 있다’나 ‘골을 넣고 있다’라야 했던 것.

신문에 실리는 사진에는 대개 설명이 따라붙는데, 가만 보면 꽤 오류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막을 수 있는 잘못들이기도 해서 아쉬움이 더 크다.

‘24일 율리안 나겔스만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2021~2022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을 확정한 뒤 대형 맥주잔을 들이켜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 사진설명에서 어색한 건 ‘맥주잔을 들이켜는’이라는 표현이다. 당연하게도 ‘맥주잔에 든 맥주를 들이켜는’이 바른 표현.(‘들이켜다’는, ‘물이나 술 따위의 액체를 단숨에 마구 마시다’라는 말.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라는 ‘들이키다’와 혼동하기 쉽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0일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부친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안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이 설명이 잘못인 건 ‘조문’이 ‘남의 죽음에 대하여 슬퍼하는 뜻을 드러내어 상주(喪主)를 위문함’이라는 뜻인 걸 몰랐기 때문이다. ‘…빈소를 찾아 (분향한 뒤)안 위원장을 조문하고 있다’ 정도면 됐을 터.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다도해와 금오산의 절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하동 플라이웨이 케이블카가 지난 22일 개장해 일반에 공개됐다.’

이 설명에서 ‘한 눈’은 한쪽 눈만을 뜻한다. 한꺼번에, 일시에 본다는 뜻이라면 ‘한눈’으로 붙여 써야 했다.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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