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발포 명령… 스리랑카 반정부 시위 ‘악화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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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경제난으로 촉발된 시위가 스리랑카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당국이 결국 군에 발포 명령까지 내렸다.

11일(현지시간) 뉴스퍼스트 등 스리랑카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스리랑카 국방부는 10일 밤 공공 자산을 훼손하거나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이들에게는 누구에게나 발포로 대응하라는 명령을 군에 내렸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에 있는 라자팍사 가문 조상의 집이 반정부 시위대의 공격으로 전소됐다.

9일 친정부-반정부 시위대 충돌
지도층 주택·차량에 방화 ‘격화’
극심한 소요 속 사상자도 발생

스리랑카 정부는 앞서 지난 7일부터 국가비상사태를 발동했으며 9일 오후부터는 전국에 통행금지령도 내렸다. 수도 콜롬보 등에는 군경 수천 명도 배치된 상태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이들 군경에 영장 없이 사람들을 신문하거나 구금할 수 있는 광범위한 질서 유지 권한도 부여했다. 군경이 시위 진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시민이 강하게 반발할 경우 대규모 유혈 사태도 우려된다.

스리랑카에서는 최악의 경제난과 국가 부도 위기에도 그간 대체로 평화롭게 시위가 진행됐으나 지난 9일부터 양상이 급변했다. 쇠막대 등 흉기로 무장한 친정부 지지자들이 반정부 시위 현장을 공격해 부상자가 속출하면서부터다. 9일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가 사임했으나 총리의 동생이자 권력의 핵심인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자리를 그대로 유지한 점도 민심을 들끓게 했다.

9일 밤부터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라자팍사 가문의 별장과 현역 의원의 집 등 주택 38채와 차량 47대가 불탔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진압에 나섰고 시위대와 친정부 인사 간의 충돌도 빚어졌다.이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역 의원을 포함해 8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부상자 수도 약 250명에 달한다고 경찰과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스리랑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관광 산업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해 민생은 파탄 지경에 이른 상태다. 이에 따라 시민들은 고타바야 대통령-마힌다 총리 형제 등 권력을 장악한 라자팍사 가문의 완전 퇴진을 요구해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스리랑카 사태가 세계적 위기의 시작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가디언은 스리랑카가 전쟁으로 인한 경제 위기에 굴복한 첫 번째 나라일 뿐,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현정 기자·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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