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숨비] “서른 명 가까이 함께 물질할 때도 있었는데… 이젠 혼자 남았어”
[부산숨비] 용당 마지막 해녀 이순자 씨
부산 해녀들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일부 지역은 이미 소멸이 현실화했다. 해녀 문화가 국제적 가치를 인정받은 유산이자 보존해야 할 문화재가 돼도 여전히 해녀 문화나 처우에 관한 인식 개선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30분께 부산 남구 용호동 백운포. 전 용당어촌계 소속 이순자(75) 해녀가 취재진이 있는 갯바위 쪽으로 걸어왔다. 올해는 한 번도 바다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물질 도구가 그대로 남아 있고 휴식 공간이 있는 이곳을 매일 찾는다고 했다.
천성어촌계도 ‘신고 해녀 1명’
일부 어촌계 ‘해녀 소멸’ 눈앞
그는 지금은 사라진 용당어촌계 소속 마지막 해녀다. 지난해까진 이곳 백운포 앞바다에서 두 차례 물질했다. 그는 “20대 때 용당어촌계 해녀는 27~28명 정도였다”며 “수년 전까지 3명이 물질했는데 두 사람은 세상을 떠나 이제 혼자 남았다”고 했다.
용당어촌계 해녀들은 신선대 부두 일대가 매립된 이후 백운포 주변에서 물질을 이어갔다고 했다. 그는 “사라진 옛 용당동 바다는 ‘물건’이 많았다”며 “매립 이후 해녀들은 옆으로 밀려났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 해녀들도 나이가 들면서 점차 줄어들었다”며 “인근 용호동 해녀들도 이제 손에 꼽힐 정도더라”고 덧붙였다.
용당동처럼 해녀 소멸이 눈앞인 지역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해 말 부산시 신고 기준 강서구 천성어촌계 해녀 1명, 수영구 민락어촌계 해녀 7명으로 해녀가 소멸 직전인 어촌계가 한두 곳이 아니다.
해녀 감소뿐만 아니라 여전히 해녀 문화 보존과 해녀 자체에 관한 인식 개선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다. 2016년 제주 해녀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되고, 2017년 해녀가 국가무형문화재가 돼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절 천대받은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나 부산시 등 공공기관에서는 아직 ‘나잠어업인’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나체로 잠수해 어업 활동을 하는 해녀를 뜻한다. 고무 옷 등을 입은 지 오래돼도 예전 명칭을 그대로 쓰는 셈이다.
유형숙 동의대 한일해녀연구소장은 “용어를 바꾸지 않은 건 해녀를 천대했던 인식이 변하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고 했다. 안미정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 교수는 “나잠어업인은 일본이 자국 해녀에게 쓰던 표현이기도 하다”고 했다. 장병진·이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