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올림픽 유망주 키워 양정모 선수 업적 이어갈 것”
이해문 건국고 교장

“양정모 선수를 배출한 레슬링 명문고의 전통을 되살리고, 부산 레슬링의 명맥을 잇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건국고등학교 이해문(61) 교장의 한마디엔 레슬링부에 대한 자긍심이 묻어났다. 그의 말처럼 건국고는 부산, 나아가 대한민국 레슬링과 올림픽 역사에서 ‘이정표’를 세운 학교다. 광복 이후 우리나라 최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정모 선수가 바로 건국고 출신이다. 건국중-건국고(옛 건국상고)를 나온 양정모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줬다.
레슬링부 40년 명맥, 2018년 재창단
지난해 KBS전국대회서 우승 등 성과
부산 유일 남고 컬링팀 선수 육성도
하지만 명문 건국고 레슬링부에도 침체기가 있었다. 1967년 창단돼 40여 년 부산 레슬링을 이끌어오던 건국고 레슬링부가 2010년에 해체된 것이다. 비인기 종목이란 한계로 인해 선수 확보가 어려웠고, 예산 부족과 지도자 퇴임 등이 겹친 탓이다.
그러다 2018년 레슬링부가 다시 일어섰다. 이 교장은 “2016년 김기숙 재단 이사장님이 취임하면서 재창단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새 이사장께서 학교 재정립 차원에서 양정모 선수의 정신과 명성을 이어가고, 학생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레슬링부 재창단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양정모 선배를 직접 찾아가 도움을 구했고, 부산시체육회와 레슬링협회, 교육청의 조언과 지원을 받아 2018년 3월 15일 마침내 레슬링부를 재창단하게 됐습니다.” 아울러 이 교장은 지난해부터 총동창회에서도 전폭적인 후원을 받아 재정적으로도 안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와 각계의 지원 덕분인지 건국고는 지난해부터 전국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21년 양정모올림픽제패기념 KBS전국레슬링대회에 이주성 선수가 첫 우승한 이후 대통령기 시도대항대회(금1, 은1), 문화체육부장관기 전국레슬링(금2, 은4), 전국레슬링종합선수권(금2, 은1, 동1), 문화체육부장관기 전국학생선수권(금2, 은3, 동1)에서 잇따라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 교장은 “지도자의 체계적인 훈련 계획을 피와 땀으로 소화한 학생들의 노력, 이를 통한 자신감 회복이 가장 큰 동력이라 생각합니다. 각종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면서 선수들의 기량도 향상됐고, 성적도 좋아지면서 상호 보상효과를 얻는 듯합니다. 올림픽 2연패를 이룬 심권호 등 유명 선수를 초청해 훈련받은 것도 학생들이 자신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이 교장은 원활한 선수 수급을 건국고의 강점으로 들었다. “건국중 레슬링부와 연계해 선수를 확보하고, 두 학교가 함께 합동훈련도 진행합니다. 자연스럽게 운동의 지속성과 연계성이 이뤄집니다. 최근엔 타 학교 타 종목 선수 중 레슬링에 적합한 선수도 발굴해 육성하고 있습니다.”
1987년 수학 교사로 교단에 몸담은 이 교장은 2018년 건국중 교장에 이어 2020년부터 건국고 교장을 맡아 왔다. 누구보다 레슬링부 재창단 과정을 함께해온 그의 목표는 명확했다. “건국고 출신의 국가대표를 많이 배출하고, 올림픽에서 다시 메달을 따내 양정모 선수가 이룬 업적을 이어가길 기대합니다.”
건국고는 레슬링부 재창단 과정에서 2018년 컬링부도 창단했다. 건국고 컬링부는 부산 유일의 남고 컬링팀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선수들의 열정은 대단하다고. 이 교장은 레슬링과 함께 컬링부에도 많은 응원을 당부했다.
글·사진=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