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산마을 밤샘 확성기 시위, 그냥 둘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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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귀향해 ‘시민의 삶’을 누리고 있는 평산마을 주민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보수 성향의 한 단체가 밤새 확성기로 국민교육헌장을 반복해서 내보내면서 마을 주민들이 밤잠을 이루지 못해서다.

주민들은 이 단체의 야간 방송을 중단시키기 위해 탄원서와 진정서를 제출하려고 서명 작업에 돌입했다.

12일 양산시와 평산마을 주민 등에 따르면, 보수 성향의 한 단체는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100m가량 떨어진 맞은편 도로에서 차량에 별도로 설치된 대형 확성기를 통해 국민교육헌장을 반복적으로 틀고 있다. 이 같은 행동은 이날 오전 1시부터 한낮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 단체는 또 자신들이 개설한 사이트에서 유튜브 방송을 통해 평산마을의 현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인근
보수단체 대형 확성기 방송
밤잠 설친 주민들 “테러 수준”
경찰 등 관계 당국에 대책 요구

하지만 경찰과 양산시 등 관계 기관이 이런 행동을 제지할 근거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이 단체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집시법 시행령)’ 제14조 확성기 등의 소음기준에 맞춰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방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시법 시행령 제14조 확성기 등의 소음기준에 따르면, 평균적인 소음 정도를 분류한 ‘등가소음도’의 경우 주거지역과 학교, 종합병원은 주간(오전 7시~일몰 전) 65dB 이하, 야간(일몰 후~자정) 60dB 이하, 심야(자정~오전 7시) 55dB 이하다. ‘최고소음도’ 역시 주거지역과 학교, 종합병원은 주간 85dB 이하, 야간 80dB 이하, 심야 75dB 이하로 규정돼 있다.

주거지역인 평산마을의 경우 주간 65dB, 야간 60dB, 심야 55dB 이하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평산마을은 공장이 전혀 없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낮에도 조용하지만, 밤에는 고요할 정도로 소음이 없다. 이에 익숙한 마을 주민들은 보수 성향 단체의 야간 방송으로 밤잠을 완전히 설칠 수밖에 없다. 일부 주민들은 문 전 대통령 귀향 전부터 계속된 보수단체의 잇따른 집회로 신경쇠약 증상까지 호소 중이다.

보수단체의 집회에 주민들도 행동에 나섰다. 주민들은 보수단체의 야간 방송 등을 중단시키기 위해 관계 기관에 민원 제기와 함께 탄원서·진정서 제출을 위한 서명 작업에 들어갔다. 실제 평산마을 주민들은 이미 양산시와 양산경찰서 등에 40여 건의 관련 민원을 제기했다. 또 시가 운영 중인 국민신문고에도 150건이 넘는 민원을 접수했다.

보수 성향의 이 단체는 내달 초까지 평산마을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한 터라, 야간 방송을 스스로 중단하지 않는다면 관련 민원도 계속될 전망이다.

평산마을 한 주민은 “그동안의 집회는 참아왔지만, 어젯밤부터 계속되고 있는 보수 단체의 행동은 주민들이 인내할 수준을 완전히 넘어선 ‘테러’ 수준”이라고 분노했다. 이 주민은 “당분간 평산마을에서 야간 방송은 물론 집회도 하지 못하도록 이른 시일 내에 당국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는 이날 귀향 3일 만에 첫 외출을 했다. 양산시 상북면에 있는 부모 묘소 참배와 통도사 방문에 나섰다.

문 전 대통령 부부는 이날 낮 12시 40분께 사저에서 나와 15km가량 떨어진 상북면 천주교 부산교구 하늘공원에 모셔진 부모 묘소를 찾았다. 문 전 대통령은 천주교 부산교구 하늘공원으로 향하던 중 갓길에 차를 세워 부모 묘소에 놓을 꽃을 직접 구입했다. 천주교 부산교구 하늘공원에는 1978년 별세하신 부친과 2019년 돌아가신 모친이 각각 모셔져 있다.

이어 문 전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후 2시 통도사를 찾아 현문 주지 스님을 만난 뒤 사저로 돌아왔다. 현문 주지 스님은 문 전 대통령 부부와 만나기 전 취재진에게 “5년 동안 고생하셨으니 자연 속에서 조용하고 편안하게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태권·김길수·권승혁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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