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에 ‘진신사리’ 모신 곳이 두 곳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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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통도사/통도사 영축문화연구원

는 불보사찰인 영축총림 통도사를 새롭게 읽는 책이다. 읽는다? 고수는 그냥 눈으로 쓱 쳐다볼 테지만 중생은 꼼꼼히 읽기도 하는 거다. 1400년 역사의 세계문화유산 통도사를 얇은 책 속에 녹여놨다. ‘통도사에 이런 게 있었어?’라는 게 있다. 국보·보물 27건(93점), 유형문화재 49건(979점), 문화재자료 13건(17점)을 비롯한 유물 3만 점을 품은 통도사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금강계단 외 사자목 오층석탑 복원
경주 황룡사서 발굴 ‘사리 2과’ 모셔
미륵불 신앙 표상 ‘석조 발우’ 특이
불보사찰 영축총림 통도사 면모 조명



통도사는 진신사리의 대 사찰이다. 그런데 통도사에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 한 곳 더 있다. 1992년 복원한 통도사 사자목 오층석탑이 그것이다. 이 탑은 나말여초의 것인데 고증에 따라 경주 황룡사구층목탑 주심 초석에서 발굴된 사리 2과를 모셔놓았다. 그것은 애초의 역사에 맥이 닿는다. 원래 1400년 전 자장 스님은 당나라에서 진신사리를 가져와 황룡사탑과 통도사 금강계단, 두 곳에 모셨다. 고려 몽골 침입 때 황룡사탑이 불탄 이후 사리는 폐사지 속에 묻혀 있었다. 1970년대에 사리가 발굴됐고,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하다가 사자목 오층석탑 복원 때 봉안했다고 한다. 황룡사 사리가 결국 금강계단이 있는 통도사로 오게 된 셈이다.

금강계단 진신사리는 전란 속에 큰 고난을 겪었다. 1379년 고려 말 왜구 침입 때 탈취를 막기 위해 진신사리를 당시 수도 개경으로 옮겼다. 그 어마어마한 사건의 과정을 목은 이색이 세세히 적은 글이 있다. 임진왜란 때는 강원도 고성 건봉사, 속리산 법주사, 북한 묘향산 보현사에 옮겨놓은 적이 있는데 그 사리 일부가 이들 사찰에 아직 남아있다. 일부는 왜군이 약탈해갔는데 일본에 잡혀간 동래의 옥백 거사가 되찾아와 사명 대사에게 맡겨 본래 자리인 금강계단에 모셨다는 사연도 있다. 1400년 진신사리 고난의 역사가 만만찮다.

통도사 금강계단은 삼엄한 정신의 본처다. ‘실제 부처님’ 앞에서 계율을 받든다는, 엄숙한 의미의 장소다. 받드는 그 계율은 자기 앞가림에 머무는 계율이 아니라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한다는 대승불교의 참된 이상으로 나아가는 계율이다. 만 가지 법을 통달해 중생을 제도한다는 통도(通道)의 뜻이 금강계단에서 시작되는 거다. 그 뜻은 사방팔방으로 뻗어있다. 진신사리를 마주한 대웅전에 4개 편액이 걸려 있다. 동서남북 방향을 따라 대웅전 대방광전 금강계단 적멸보궁이라 돼 있다. 그 뜻은 각각이면서도 결국은 하나이다. 대웅전 지붕도 정면과 측면의 구별을 배제한 ‘정(丁)’ 자 형태인데 앞에서 봐도, 옆에서 봐도 앞이다. 결국 하나인 것이다.

특이한 모양의 석조봉발탑은 석등 몸통 위에 석조 발우를 얹어놓은 고려시대의 유물이다. 미래의 부처 미륵불을 기다린다는 미륵신앙의 표상이다. 미륵불을 모신 용화전 앞에 있다. 통도사 삼성각 안에는 ‘인도 스님’이 있다고 한다. 스님 3명의 진영 중 가운데에 있는 지공 스님이 인도 스님이다. 그는 1328년(고려 충숙왕 15년) 진신사리와 부처님 가사를 직접 참배하기 위해 인도에서 왔다. 통도사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 바가 커서 진영으로 모셨다는 거다.

통도사에는 또 많은 벽화들이 있다. 영산전의 대표적 벽화 ‘견보탑품변상도’는 같은 계통의 것으로 국내 유일하다. 극락보전의 ‘반야용선도’는 극락을 향한 중생들의 항해를 그린 거다. 배를 탄 많은 사람들 중에 유일하게 뒤돌아보는 이가 하나 있다. 극락을 향해 가는 중에도 스치는 속세에 대한 미련의 한 장면을 표현한 거다. 까치와 호랑이, 코끼리와 호랑이, 백호도 등 다양한 동물 벽화는 각종 예술이 집적한 통도사 면모를 보여준다.

극락보전과 응진전 옆에 각각 호혈석(虎血石)이 있다. 호랑이의 혈기를 제압하기 위해 붉은 반석 2개를 도량 마당에 둔 것이다. 옛적에 한 스님을 짝사랑하던 처녀가 죽어 호랑이로 변해서 그 스님을 물어갔다는 설화가 있다고 한다. 호혈석은 호랑이로 변한 처녀의 그 ‘어긋한 짝사랑’을 누르기 위해 갖다 놓은 돌이라고 한다. 절 마당에 갖다놓은 돌이 마음의 경계가 되는 곳이 통도사이다.

삼성반월교 사연은 익히 알려져 있다. ‘삼성반월’은 3개의 별과 반달이란 뜻인데, 마음 심(心) 자에 들어 있는 ‘3개의 삐침’을 별로, ‘긴 획’을 반달로 그림처럼 표현한 거다. 이 다리의 입구 한쪽 기둥에 ‘영조운산리(影照雲山裏)’라는 글도 새겨져 있다. ‘그림자가 구름과 산 속에 드리운다’라는 뜻인데 물 위에 비치는 그림자가 눈에 들어올 때 하나의 그림이 완성된다. 통도사를 직접 찾아 마음속에 비치는 것을 좇으며 저마다의 그림을 그려볼 만하겠다. 통도사 영축문화연구원 엮음/담앤북스/227쪽/1만 9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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