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몰랐던 부산이 가진 ‘우리나라 1호’ 뒷이야기
천일의 수도, 부산/김동현
은 부산의 숨은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다. 저자는 부산 토박이들도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세상에 널리 알리겠다는 각오로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결과로 세상에 선보인 이 책은 부산 탐사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같은 인문기행서라고 할 수 있겠다.
부산 찾는 사람들 위한 인문 기행서
구포국수 등 맛의 역사도 흥미진진
‘전란으로 인해 피난민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자 부산은 아비규환의 북새통이었다.(중략) 그나마 피난민 마을로 자리를 잡은 곳은 당감동 아바이마을과 아미동 비석마을, 우암동 소 막사 등이다. 서울이 수복되어도 돌아갈 곳이 없는 피난민들의 악전고투가 오늘의 부산을 일궈낸 뿌리이다.’
저자는 6·25 당시 피난수도였던 당시 부산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한국 근대사의 격랑을 그대로 겪은 부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활기찬 도시라고 밝힌다.
부산이 가진 ‘우리나라 1호 기록’에 대한 서술도 흥미롭다. 1763년 조선통신사 조엄이 대마도에서 가져온 고구마를 부산 영도 봉래산 기슭에서 시험재배한 역사적인 사실에서부터 한국 최초의 양조장 이야기 등이 이어진다.
‘공중 목욕탕도 부산에서 시작했다. 부산은 전국서 온천이 가장 많은 곳이며… 은행이 가장 먼저 들어온 곳도 부산이다. 일본제일은행 부산지점이 개항 2년 뒤인 1878년 6월 부산 동광동에 상륙했다. 제일은행은 1896년 조선은행이 등장할 때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은행으로 화폐발행 기능까지 갖춘 중앙은행 역할을 했다.’
이 밖에도 이 책은 부일영화상(1958년, 최초의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우리나라 최초 국제영화제), 야구(초창기 한국야구의 성지), 조선방직(최초의 근대식 면방직공장), 부산문화방송(민간상업방송의 효시), 청십자의료보험조합(최초의 민간의료보험조합), 송도(최초의 공설 해수욕장) 등 부산에서 비롯된 우리나라 1호에 담긴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피난생활에서 생겨난 음식인 돼지국밥, 피난민들의 허기를 채워주던 구포국수, 부산어묵, 동래파전, 양곱창구이, 조방낙지, 대변항 멸치회, 기장 미역, 가덕도 대구, 완당, 짭짤이 토마토 등 부산이 가진 맛의 역사에 대해서도 흥미진진한 해석을 시도한다. 피난민촌이었다가 문화마을로 바뀐 영도 흰여울문화마을과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 부산이 가진 기네스 기록 이야기 등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다. 1970년대 군부독재 당시 해직된 뒤 30여 년 간 기업과 광고업계에 종사했다. 경남 하동 출신으로 부산고등학교에서 고교시절을 보냈다. 언론인 출신답게 구수한 입담과 글 솜씨로 독자들을 순식간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저자는 “부산이 단순히 먹고 마시고 눈요기하며 즐기는 장소가 아니라, 험난한 역사의 풍랑을 극복해온 민초들의 삶을 통해 21세기 새로운 대항해시대의 등대이자 베이스캠프가 되었으면 한다”며 “이 책이 부산을 사랑하고 부산을 즐겨 찾는 사람들에게 항상 동행하고 싶은 길동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김동현 지음/새로운사람들/372쪽/2만 원. 천영철 기자 cy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