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책의 가치’ 절실하게 느끼는 헤세의 독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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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헤르만 헤세

“이 세상 모든 책이/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아/하지만 가만히 알려주지/그대 자신 속으로 돌아가는 길….”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는 책에 관해 이런 단상을 남겼다. 그는 위대한 작가이기 이전에 근면한 독자이며, 욕심 많은 장서가였고, 뛰어난 서평가였다. 책 읽기와 소장에 대해 꼬장꼬장했던 그의 태도 역시 책을 향한 애정이 그만큼 깊었다는 걸 방증한다. 는 헤세의 그와 같은 독서론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책은 그가 남긴 수많은 에세이 가운데 책과 독서에 관한 글을 골라 편집한 것이다.

헤세는 책과 독서를 진지하고 고요하게 음미하고 아껴야 할 존재와 행위로 여긴다. 그럴 때야 비로소 책은 그 내면의 아름다움을 활짝 연다고 알려준다. 수동적이고 어영부영하는 태도로 책을 대하는 이에게 “아마 사업을 그런 식으로 하면 금방 망할 텐데 말이다”라며 일침을 날리기도 한다.

독서의 세 가지 단계를 말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마지막 단계를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라는 말로 요약할 만하다. 헤세는 이러한 독자를 ‘모든 진리는 역도 참임을 터득한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비슷한 생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시 감상과 평가 역시 세월에 따라 변했음을 고백한다. 유행하는 작품에 대해 “지나치게 지당하고 유순하며 고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라고 밝힌다. “아름다운 시를 읽는 것보다 형편없는 시를 짓는 것이 행복하다”고 권하기도 한다.

헤세의 독서론은 책의 가치를 다시금 절감하게 만든다. 범람하는 영상 매체와 우리가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나 있는지 되묻는 순간이다. 헤르만 헤세 지음/김지석 옮김/뜨인돌/352쪽/2만 2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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