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투성이 ‘한수원 계약서’… 2011년 문서에 현 사장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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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불붙는 신규·노후 원전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경쟁입찰로 구매한 신한울원전 1·2호기의 전력보조기기 중 설계변경으로 계약금액을 대폭 증액(부산일보 5월 5일 자 3면 보도)한 물품의 변경계약서도 의문투성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재훈 현 한수원 사장이 취임하기도 전인 시점에 정 사장이 구매 대표자로 표기돼 있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한수원의 계약관리 부실 논란과 함께 변경계약서 진위 여부에 대한 의심도 불거진다.

신한울 1·2호기 물품 변경계약서
전력보조기 계약 6건 중 4건 입수
52억 웃돈 주고 362kV GIS 계약
원계약과 변경계약 날짜도 동일
변경계약자도 현재 정재훈 사장
한수원 “전산상 현재 대표 출력”

는 최근 한수원에서 계약금액이 오른 신한울 1·2호기의 전력보조기기 계약 6건 중 △362㎸(킬로볼트)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직류전동기제어반 △이동형 디젤구동펌프 △800㎸ 가스절연개폐장치·모선(GIS·GIB) 등 4건의 원물품구매계약서와 변경물품구매계약서를 입수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의문점이 제기된 것은 362㎸ GIS 변경계약서이다. 한수원은 91억 3000만 원에 해당 제품을 구매했는데, 설계변경으로 52억 원 이상 웃돈을 줘 계약금액 증가폭만 57.1%에 이른다.

362㎸ GIS의 원계약서와 변경계약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두 문서 모두 계약 체결 날짜가 2011년 8월 24일(①)로 동일하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원계약과 변경계약 날짜가 같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362㎸ GIS의 변경계약서만으로는 어느 시점에 계약이 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 변경계약서의 구매 대표자가 정재훈 현 한수원 사장으로 표기(②)돼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정 사장은 2018년 4월에 한수원 사장으로 취임했다.

362㎸ GIS 변경계약서 제3조에는 “원계약의 납품기일 2014년 06월 19일을 2014년 06월 19일로 변경한다”(③)고 명시하는 등 동일한 납품기일이 두 번 언급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게다가 구매자 상호 ‘한울원자력본부’(④)는 2013년 5월에 바뀐 명칭으로 2011년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이름이었다. 이밖에도 원계약서와 변경계약서의 상단 모양이 다른 점(⑤), 변경계약서에는 원계약서에 있는 QR코드(⑥) 와 ‘서명완료’(⑦) 표시가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직류전동기제어반의 경우 변경계약서에 구매 대표자 성명이 빠졌고, 원계약서에는 계약대상자 성명이 부정확하게 표기돼 있었다. 또 이동형 디젤구동펌프 변경계약서의 구매 대표자도 정 사장으로 표기돼 있지만, 계약이 바뀐 시점인 2017년 8월 2일은 이관섭 전 사장 재임 기간이었다는 점도 의구심을 낳는다.

전직 조달청 관계자는 “변경계약은 별도의 독립적인 계약이기에 최초 계약과 시점이 달라야 하고, 변경계약 시점의 대표자가 도장을 찍어야 한다”면서 “변경계약서에 원계약이 체결된 날짜와 현재 사장이 구매 대표자로 표기돼 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산지부 이현우 변호사는 “분명 한수원의 법무팀이 관여해서 계약을 체결했을 터인데, 362㎸ GIS의 두 계약의 물품명조차 일치하지 않아 매우 이상하다”면서 “국가 예산을 쓰는 100억 원 이상 규모의 물품 계약서를 이렇게 작성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혹시 한수원이 진짜 계약서가 아니라 계약서의 초안을 제공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의심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전산상에 있는 전자 문서의 경우 과거에 이뤄졌던 변경계약도 현재 대표자의 성명이 표시돼 출력된다”면서 “362㎸ GIS 변경계약서의 날짜는 원계약이 체결된 날짜다”고 답변했다.

한편 신고리 5·6호기처럼 신한울 1·2호기 경쟁입찰 구매 계약 272건 중에서도 낙찰가율(예정가격 대비 계약금액 비율)이 90% 이상인 계약이 상당수(98건·36%) 발견됐다. 특히 경쟁입찰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낙찰가율 99%대의 계약은 모두 26건으로 전체 구매의 10%가까이 차지했다.

황석하·곽진석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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