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남의 일” 쑥쑥 크는 지역 기업엔 공통점이 있다
부산상의 고성장 제조업 보고서
부산 강서구 미음산단에 있는 파나시아 미음본사 전경. 파나시아 제공부산의 의료용 기기 제조업체 (주)네오메드는 최근 5년간(2016~2020년) 매출이 연평균 61.6% 늘었다. 코로나19 첫해 마스크 판매량 급증을 고려하더라도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조선기자재업체이자 수소전문기업인 (주)파나시아 역시 선박용 스크러버 수요 증가 등으로 같은 기간 연평균 60.6%의 매출액 성장세를 보였다.
부산 주력 업종인 제조업의 장기 침체에도 해마다 높은 성장을 거듭하는 기업 또한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 불문 높은 성장의 비결은 ‘혁신’이었다. 부산상공회의소(회장 장인화)는 12일 지역 고성장 기업의 현황과 특성을 분석한 ‘부산지역 고성장 제조업 현황 및 특성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네오메드·파나시아 60%대 성장50대 고성장 기업 비결은 ‘혁신’
연구개발비 연평균 8.5% 증액
6.5% 줄인 저성장 기업과 대비
이번 자료는 매출액이 확인되는 부산지역 제조업 외감기업 619개사 중 최근 5년(2016~2020년)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이 높은 상위 50개 기업과 나머지 569개 기업을 비교 분석해 작성됐다. 외감기업이란 외부의 회계법인으로부터 의무적으로 회계감사를 받는 기업을 의미하는 말로, 주식회사 중 자산총액이 120억 원을 넘는 회사가 이에 해당된다.
자료에 따르면 고성장 상위 50대 기업의 매출액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1.2% 성장한 반면 비교군 기업의 매출액은 오히려 연평균 3.5% 감소하는 등 확연히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고용에 있어서도 고성장 기업의 종사자 수는 같은 기간 연평균 8.1% 증가한 데 비해 비교군 기업은 되레 1.9%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50대 고성장 기업들의 업종을 살펴보면 기계장비, 금속·비금속, 기타운송장비, 전기전자, 화학고무, 자동차부품 등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특정 업종의 업황에 따라 기업의 성장 여부가 갈렸다기보다는 개별 기업의 혁신성 여부가 기업 성장의 주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고성장을 이룬 50개 기업의 경우 연구개발비가 연평균 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교군 기업이 6.5%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50대 고성장 기업 중 41개사(88.0%)가 자체 연구개발 조직을 운영하고 있었다. 기업의 성장에 연구개발 투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방증이다.
자동차부품 업종의 경우 친환경, 자율주행 등 빠른 산업 트렌드의 변화에도 고성장 기업 비중이 가장 낮았다. 이는 대기업 하청 중심의 취약한 거래관계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기업별로 볼 때, 부산 50대 고성장 기업 중 성장률 1위(매출 증가세 기준) 기업은 의료용 기기 제조업체인 (주)네오메드였다. 네오메드의 2020년 매출액은 약 200억 원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61.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어 조선기자재업체이자 수소기업인 (주)파나시아가 두 번째로 높은 60.6% 매출액 성장률을 보였다. 이 같은 성장에 힘입어 파나시아는 2020년 약 356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국 1000대 기업에 신규 진입했다.
고성장 기업 중 신규 고용 창출이 활발한 기업으로는 승강기 제조·설치 업체인 (주)동부엘리베이터와 친환경 신발소재업체인 (주)노바인터내쇼널이 꼽혔다. 이들 기업은 최근 5년간 종사자 수 증가율이 각각 39.2%, 36.0%를 기록하며, 전체 종사자수 100인 이상 기업으로 규모가 커졌다. 노바인터내쇼널은 미국의 신발업체 올버즈와 납품 계약을 맺으며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당초 유지 보수에 집중하던 사업을 엘리베이터 설치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해 매출 증대의 성과를 이뤘다”며 “최근 건물 재정비, 노후 아파트 엘리베이터 리모델링 등 늘어나는 수요만큼 제품의 질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고용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상의 기업동향분석센터 관계자는 “침체기를 겪고 있는 지역 주요 제조업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개별 기업의 기술혁신에 방점을 두고 성장을 극대화하는 맞춤형 정책과 투자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