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드론의 공습, 달라진 전쟁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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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이 전북 군산 미공군기지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무인공격기 ‘그레이 이글’(MQ-1C). 연합뉴스 주한미군이 전북 군산 미공군기지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무인공격기 ‘그레이 이글’(MQ-1C). 연합뉴스

■영화가 현실 세계로


서울 인근 소도시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계엄령이 선포된다. 계엄군은 감염자들이 음파에 취약한 사실을 발견했다. 음파 발생기를 부착한 수천여 대의 계엄군 전술 드론은 서로 교신하면서 집단으로 자율 주행해 감염자들을 타격 지점으로 유도한다. 계엄군 사령관은 미사일 버튼을 누른다.

넷플릭스 한국드라마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나오는 드론 광경은 영화뿐만 아니라, 전장에서도 일상적으로 보이고 있다. 3개월째에 접어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드론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다. 압도적인 전력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은 자율 시스템이 적용되고 배낭에 넣을 정도로 소형화된 드론으로 막강한 러시아군의 탱크와 군함을 폭격하고 있다. 드론이 비대칭 전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러-우크라 전쟁서 맹위를 떨치는 터키제 드론. 레이저 유도 폭탄을 장착한 이 드론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놀라운 성과를 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우크라 전쟁서 맹위를 떨치는 터키제 드론. 레이저 유도 폭탄을 장착한 이 드론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놀라운 성과를 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침략자의 탱크가 불타고 있네.”


터키제 드론 ‘바이락타르 TB2’. 찬양 노래가 불릴 정도로 우크라이나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애완동물 이름을 바이락타르로 지을 정도이다. 2022년 4월 14일, 우크라이나군의 바이락타르 드론이 러시아군 순양함 모스크바함의 방공 체계 혼선을 유도했다. 그 틈을 타서 넵튠 대함 미사일이 러시아의 자존심을 침몰시켰다.

전통적인 탱크 강국인 러시아가 드론의 최대 희생자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전차와 수송열차, 장갑차를 드론으로 폭격해 러시아군 진격을 둔화시켰다. 우크라이나군 드론 특수부대 아에로로즈비드카는 자체 제작한 드론 R18(약 1억 5700만 원)로 구소련제 대전차 개량 로켓포탄(약 65만 원) 2발을 투하해 러시아군 탱크 T-90(약 32억~45억 원)을 파괴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3월 16일 우크라이나 신규 무기 지원 리스트에 ‘스위치블레이드-300’(자폭형 드론) 100대를 처음으로 포함시켜 러시아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어 한 달 뒤에는 포병 진지까지 날릴 정도로 화력이 한층 강해진 ‘스위치블레이드-600’ 10대를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스위치블레이드 시리즈는 순항미사일과 달리 스스로 공중에 떠돌면서 목표물을 향해 자폭하는 대표적인 일회용 드론이다. 전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무기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동부 보우찬스크에서 러시아군 T-90 탱크가 드론 공격으로 폭파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동부 보우찬스크에서 러시아군 T-90 탱크가 드론 공격으로 폭파되고 있다. 연합뉴스

■값비싼 전투기와 탱크의 종말?


정찰·감시 목적으로 개발된 드론은 1964년 베트남 전쟁에 처음 투입됐다. 미군이 단 한 명의 인명 피해 없이 3400여회 이상 정찰 드론을 출격했다. 이후 미국은 다양한 드론을 개발 및 실전 배치해 2020년 12월에는 MQ-9 리퍼(Reaper) 공격용 드론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했다. 미군은 CIA와 합동으로 ‘하늘의 암살자’로 부르는 MQ-1 프레데터(Predator)에 탑재한 헬파이어 미사일로 아프간 산간에 은신한 알카에다 간부들을 공격했다. 주한미군도 헬파이어 미사일과 소형 정밀유도폭탄을 탑재한 MQ-1C 그레이 이글(Gray Eagle) 공격용 드론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은 정보 감시 자원으로 활용돼 미국은 아이폰보다 150배 이상의 영상 화소로 지상을 감시하는 ‘그로곤 스테어’ 군용감시드론 시스템도 운용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1982년 레바논 전쟁에서 공습 직전에 무인항공기를 출격시켜 레바논 방공망을 교란시키고, 적 진지를 정찰했다. 레바논 방공 진지에서 드론을 전투기로 착각하고 화력을 쏟아붓는 사이에 이스라엘 전투기가 방공망과 적 전투기 진지를 제압하면서 전세를 한순간에 결정지었다. 2020년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쟁에서는 아제르바이잔군이 터키산 드론으로 아르메니아 기갑전력을 무력화시키면서 전세를 뒤바꾸기도 했다.

중동의 군사강국인 이란도 작고 싼 드론 무기 체계 개발에 박차를 가해 반군 등 친이란 세력에 지원하고 있다.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 공격에 사용된 이란제 Quasef-2 드론은 수천만 원대에 불과할 정도였다. 비정규전과 정규전에서 드론의 시대가 열리면서 비싼 전투기와 순양함, 탱크 시대의 종말을 보여 주고 있다.

‘공중을 지배하는 자가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지난 100년간 전쟁에서의 ‘제공권 지상주의’ 전쟁교리마저 흔들리고 있다. 미국 해병대는 이런 여건을 감안해 최근 작전보고서에 “탱크는 과거 전쟁에서 길고 명예로운 역사에도 불구하고 21세기에 직면할 위협에 작전상 부적합하다”라고 언급할 정도다.


지난달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테러훈련에서 경기북부경찰청 경찰특공대원(오른쪽)이 전파 차단(재밍) 안티드론건으로 비행 중인 드론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테러훈련에서 경기북부경찰청 경찰특공대원(오른쪽)이 전파 차단(재밍) 안티드론건으로 비행 중인 드론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드론봇 부대 창설


한국군도 “미래 전장은 무인 드론이 지배한다”는 새로운 작전 개념에 따라 2018년 10월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지상정보단 예하에 드론봇(Dronebot) 부대를 창설했다. 국내서 개발해 실전 배치된 드론은 대대정찰용 Remo-eye 002B, Remo-eye006 등이다. 대대급 부대를 포함한 전 제대에 드론봇 전투부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현재는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미국의 리퍼(Reaper)급의 중고도 무인항공기 개발도 실전 배치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학 및 방위산업체에서도 ‘공격형 드론 탄약 투발 장치’ ‘조종 낙하산형 드론화 지능탄’ 등 드론 무기화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70~80%가 산악지형 특성인 한국 전장은 드론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북한으로 전장을 확대할 경우 남한보다 도로망이 취약하고 하천과 산악 지대가 많아 군수 지원과 병력 수송, 정찰감시 업무에도 드론이 필요하다. 가성비 부분에서도 합리적이다.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등에서 운용 중인 대형기동헬기의 연료 소모량이 시간당 대형버스 20대분에 이를 정도로 막대해 드론을 통한 저비용 군수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제거 작전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MQ-9 리퍼 드론. 연합뉴스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제거 작전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MQ-9 리퍼 드론. 연합뉴스

■드론이 벌떼처럼 공격한다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군집 로봇(Swarming Robot) 드론 쇼가 열렸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기술에 의한 드론 군집 운용(스워밍)은 군사적으로는 전투 단위 드론들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도 이들 사이에 유기적인 소통과 행동 조율이 가능해 통합 운용하는 핵심 개념이다. 순항미사일처럼 개별적으로 목표를 향해 날려 보내거나 동시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과는 구별된다.

관건은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이다. 인공지능은 전장 정보의 실시간 정찰을 바탕으로 타격 대상을 식별하고 공격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AI를 적용한 수많은 드론 떼가 각 전투 단위들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다른 무인 무기체계와 공유하며 집합적으로 공격과 방어의 기동을 동시에 수행하는 형태가 미래 전쟁에서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Raytheon사가 개발한 Coyote 드론 50여 대가 상호 정보를 교환하면서 적을 타격하는 실험을 공개했다. 드론 강국 터키도 최근 AI 기능을 드론에 탑재해 25대의 드론이 각각 500m 거리 간격을 맞춰 비행하며 10km 전송이 가능한 네트워크 솔루션과 결합하여 정찰 사진을 다수의 부대로 전송할 수 있는 드론 개발을 발표했다.


'2022 드론쇼 코리아'가 개막한 24일 부산 벡스코 전시장 내 육군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드론봇 전투체계 장비를 둘러보고 있다 . 강선배 기자 ksun@ '2022 드론쇼 코리아'가 개막한 24일 부산 벡스코 전시장 내 육군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드론봇 전투체계 장비를 둘러보고 있다 . 강선배 기자 ksun@

결국,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드론은 탱크와 전투기 등 주요 전통 무기 체계의 세대교체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드론 등 무인로봇이 활약하는 미래 전쟁이 4차산업혁명과 AI와 배터리, 소재 등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지난해 국회 정책용역과제로 ‘드론봇 전투체계 발전방안’ 보고서를 제출한 한국드론혁신협회(KDIA) 서일수 책임연구원은 “미래전 양상과 전장 환경 변화에 따라 전쟁에서 전투원 손실을 최소화하고 전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드론봇 등 무인전투체계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면서 “드론봇의 군사적 활용을 위해서 지형 및 기상, 적과 아군의 능력 변화 등에 대해 면밀히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이영욱 대전과학기술대 군사과 교수는 ‘드론의 효과적인 군사 분야 활용’ 보고서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드론이나 로봇을 활용하여 전투하는 장면이 현실로 다가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학기술의 발달을 가속화 시키고 현실 환경을 바꾸고 있다”면서 “새로운 산업이자, 위협으로 부각되는 만큼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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