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 자비와 마음으로 역병의 고통 치유하길…”
“지극한 마음으로 우리는 이 험난한 시대를 가로지를 수 있을 터입니다. 불교미술에 담긴 지극한 마음과 자비로 코로나19의 고통을 치유하고 위로했으면 하는 뜻을 담았습니다.” 정은우 부산박물관장은 취임 후 여는 첫 특별전의 취지를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12일부터 오는 7월 10일까지 60일간 열리는 부산박물관 2022년 특별기획전 ‘치유의 시간, 부처를 만나다’가 그것이다. 전국 16개 주요 사찰과 박물관·미술관에서 보존해 온 통일신라~조선시대 불교미술 수작 110여 점이 한 자리에 모였다. 국보 3점, 보물 12점, 시?도 지정 문화재 14점이 포함돼 있다.
부산박물관 60일간 특별기획전
‘치유의 시간, 부처를 만나다’ 열어
전국서 불교미술 수작 110점 전시
국보 3점·보물 12점 포함돼 눈길
전시장에서 맨 먼저 만나는 것은 부산박물관 소장의 국보인 통일신라시대 ‘금동보살입상’이다. 1200여 년 전 보살상 모습은 빛과 어둠을 조절한 전시 기법에 힘입어 평소보다 더욱 그윽하고 늠름한 기품을 드러낸다.
이어 조금 안쪽에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10세기 전반 고려시대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이 모셔져 있다. 2020년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 이후 ‘첫 외출’이다. 뒷면은 나무 조각이지만 앞면은 삼베에 옻칠한 좌상으로 독특하고 섬세한 기법을 보인다. 한국 고승 조각으로 최초이자 최고의 것으로 평가되는 이 좌상은 눈빛, 흰색 머리털, 뼈가 불거진 양손 등에서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수작이다. 가슴 쪽에 조그마한 구멍이 있는데 신기한 능력의 표현이자 피를 보시한 이타심의 상징이라고 한다. 희랑대사는 태조 왕건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보물 ‘부여 무량사 삼전패’다. 1654년 제작한 17세기 불교 목공예품의 대표작으로 붉고 푸른 꽃 사이로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용의 모습이 섬세하고 너무 아름답게 조각돼 있다. 또 주목을 끄는 것은 보물 ‘서울 경국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이다. 탱화를 조각으로 표현한 이 목각탱은 1684년 제작한 것으로 338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 전시에 나온 거라고 한다. 중앙의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모두 13구의 불상 보살 신장이 아름답게 표현돼 있어 금방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목각탱은 사정상 6월 12일까지만 전시한다고 하니 관람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전시품들은 아름다움, 완벽한 조형성, 크기에서 주는 강력한 힘, 내재화된 상징적 의미라는 4가지 주제 의식으로 구성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길이 9.5m, 너비 6.3m의 보물 ‘남해 용문사 괘불탱’을 통로에 걸어 직접 눈앞에서 ‘크기의 힘’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4부로 구성한 전시실은 자연과 인간의 질서를 상징하는 오방색 배치로 꾸며놨는데 그 색감들에서도 기품을 느낄 수 있도록 해놨다. 그중 황색 전시 공간의 제2부 ‘불복장, 염원의 시간’은 지극하고 간절한 바람들이 담긴 불복장의 세계를 펼친다. 1490년 조성한 해인사 원당암 아미타여래상에는 그 120년 전인 1370년에 쓴 길이 4.5m의 다라니경을 넣어놓았고, 1351년 완성한 해인사 관음·지장보살상에는 4000명에 달하는 시주자들의 이름을 적은 긴 발원문을 복장물로 넣어놓았는데 그것들은 더할 수 없이 극진한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불복장작법(佛腹藏作法)은 7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것으로 사찰에서도 비밀리에 진행된다고 하는데 6월 4일 불복장작법보존회에서 국가무형문화재인 ‘불복장작법’을 시연한다고 한다. 이날 영산재도 시연한다.
‘수월관음도’ ‘감로왕도’ 등등 곰곰이 들여다 볼 게 많다. 부산 근대의 불모인 완호 스님의 작품도 제4부에 전시해 수준 높은 지역 불교미술도 ‘살짝’ 감상할 수 있게 해놨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