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유행 휩쓸리지 않는 좋은 갤러리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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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원 ‘파운드리 서울’ 이사

부산의 기업이 서울 이태원로에 갤러리를 열었다. 한남동 ‘핫플’인 구찌 플래그십스토어 ‘구찌 가옥’ 지하에 위치한 ‘파운드리 서울’이다. 파운드리 서울은 산업용 파이프 피팅 제조업체인 (주)태광의 자회사이다. 파운드리 서울의 윤정원 이사를 지난주 열린 아트부산 현장에서 만났다.

“갤러리 개관 이후 처음 참가하는 아트페어가 본사가 위치한 부산에서 열리는 행사라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파운드리 서울은 아트부산에서 장명식, 서신욱, 디자인 듀오 강혁과 독일 헤닝 스트라스부르거, 러시아 출신 율리아 아이오실존 작가 등의 작품을 전시했다. “1983년생부터 1992년생까지 서울, 베를린,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굉장히 젊은 작가들입니다.”

부산 기업 태광 자회사로 지난해 개관
서울 한남동 구찌가옥에 2개 공간 운영
“부산과 협업 젊은 작가 작품 알렸으면”

파운드리 서울은 ‘재능 있는 젊은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깊이있게 소개하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탄생한 상업 갤러리이다. 윤 이사는 구찌 가옥 지하에 ‘파운드리 서울’, 1층에 ‘바이파운드리’ 두 개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바이파운드리는 10평(33㎡) 크기의 작은 공간입니다. 기존 화이트큐브와 달리 메탈 패널로 전시장을 만들었어요.”

윤 이사는 바이파운드리 첫 전시로 패션 디자인 브랜드 ‘강혁’으로 활동 중인 최강혁과 손상락의 작품을 소개했다. 에어백을 재생한 평면 작업과 공업용 경첩으로 만든 입체 작품은 아트부산에서도 전시됐다. “창의성 표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업을 더 많은 관람객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바이파운드리에서는 새로운 매체를 사용하고 실험적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주로 소개하려 합니다.”

윤 이사의 원래 전공은 음악이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예중·예고를 거쳐 보스턴 뉴잉글랜드음악원을 졸업했다. “목표로 했던 음악원까지 갔는데 ‘내가 더 좋아하는 게 뭔지, 무엇을 나누고 싶은지’ 고민하게 됐어요.” 윤 이사는 컬렉터였던 부모의 영향으로 익숙하게 봤던 미술에 마음이 갔다고 했다. “피아노를 칠 때도 쉬거나 영감을 받고 싶을 때 혼자 전시를 보러 다녔죠. 특히 제가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없으니 더 매력적이더라고요.”

뉴욕대 예술경영 석사를 하던 시기 윤 이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인턴을 했다. 라이브이벤트 기획·홍보 일을 맡은 것을 계기로 미술 전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후 홍익대에서 미학 석사과정을 밟았고, 2021년 6월 파운드리 서울을 개관했다. 윤 이사는 “갤러리를 준비하던 3~4년 전 이태원·한남동 지역은 ‘스트리트 문화’에 가까웠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이 예술에 쉽게 마음을 여는 공간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장소를 선택했어요. 지금은 리만머핀, 페이스갤러리 등 해외 유명 갤러리가 들어와서 저희까지 같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윤 이사는 ‘갤러리 붙박이’다. “한남동에 온종일 있어요. 저희가 전시하는 작품을 직접 소개하면 작가와 작업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도 더 올라간다고 생각해요.” 그는 미술시장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좋은 갤러리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예전에는 이 갤러리, 저 갤러리 구분이 강했다면 요즘 트렌드는 협력입니다. 기회가 있으면 부산의 좋은 공간과 협업해서 전시해보고 싶어요. 파운드리 서울에서 소개하는 작가나 새로운 아티스트를 부산 관람객에게 알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글·사진=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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