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전역 코로나 확산, 방역 협력 실기해선 안 된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북한의 코로나19 확산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코로나 청정 국가임을 주장해 온 북한은 13일 저녁부터 14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29만 명이 넘는 발열 환자가 새롭게 발생했다고 관영 매체를 통해 밝혔다. 앞서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환자 발생을 처음 인정한 12일 1만 8000여 명의 발열자가 나온 뒤 13일에는 17만 4000명이 넘는 발열자가 신규로 발생했으니 그야말로 기하급수적 확산이다. 사망자도 급증세를 보여 14일까지 며칠 만에 42명에 달했다고 한다. 북한 관영매체는 ‘확진자’가 아닌 ‘유열자(발열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자가검사 키트와 유전자증폭 검사 물자가 없어 정확한 확진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념 떠나 동포의 생명 걸린 문제
북, 남측 인도주의적 지원 수용을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위기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고 표현한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북한 당국은 확산 방지를 위해 지역의 전면 봉쇄와 발열 환자 격리, 지도층의 개인 상비약 기부 등 동원 가능한 모든 대책을 가동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더 걱정이다. 북한은 코로나 백신 접종이 아예 이뤄지지 않은 데다 의료 인프라가 부실하고 식량 부족 등 경제 상황도 열악하기 때문이다. 조선중앙통신이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부족하고 치료 방법을 잘 알지 못한 데로부터 약물 사용 부주의로 인한 사망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할 정도다. 향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북한 주민들이 더욱 극심한 고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민족으로서 동포가 겪고 있는 아픔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북한에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우리 정부가 조만간 대북 코로나19 방역 지원을 논의할 실무 접촉을 남북채널을 통해 공식적으로 북한에 제안할 방침이라고 한다. 김 위원장이 아직은 상황 통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현재 분위기를 감안할 때 북한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북한은 코로나19 특성상 지역 봉쇄 같은 자체적인 방어만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냉철하게 깨달아야 한다.

연초부터 잇단 무력 도발을 일삼은 북한의 일방주의 행태를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은 이념을 떠나 동포의 생명과 안전, 건강이 걸린 사안이다. 주민의 생명을 지키려면 북한 역시 남측의 인도적 지원 제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방역과 보건·의료는 무엇보다 실기(失期)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사태가 더 악화하기 전에 남북이 하루빨리 만나 방역 협력을 성사시켜야 한다. 나아가 이는 한반도의 평화·안정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경색된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작은 출발점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