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신공항’·박 ‘엑스포’·김 ‘안전’… 부산 현안 우선순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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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의 부산시장 후보들이 그간 발언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한 단어는 ‘부산’ ‘시민’ ‘정책’ ‘미래’ ‘발전’ ‘도시’다. 언급량 기준으로 각 후보의 상위 50위 단어에 모두 포함됐다. 예측 가능한 단어지만, 앞뒤 맥락을 볼 때 숨겨진 의미에는 차이가 있다. 침체된 부산이 빠르게 변해야 한다는 것에는 일맥상통했지만, 이를 이뤄낼 세부 방식이나 분야는 달랐다. 더불어민주당 변성완,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도시를 획기적으로 바꿀 대형 사업에 집중했고, 정의당 김영진 후보는 시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변화를 먼저 요구했다.


‘신공항’ ‘엑스포’ 관련 키워드
상위 50위 단어에 다수 포함
우선순위 두고 두 후보 인식 차
김영진, 생활밀착형 단어 다수
‘부산 변화’ 한목소리, 해법 제각각

■변-가덕, 박-엑스포, 김-안전

취재진이 최근 각 후보의 SNS, 언론보도의 내용을 ‘워드 클라우드’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변 후보의 ‘상위 50위’ 단어에는 가덕신공항 관련 키워드가 다수 포함됐다. 공항, 개항을 포함해 가덕신공항 주관 부처인 국토부 등이 눈에 띈다. 반면 2030부산세계박람회 관련한 특별한 단어는 보이지 않았으며, 부울경 메가시티는 가덕신공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빈도가 낮았다.

박 후보는 유치, 세계, 엑스포, 세계박람회 등 2030부산월드엑스포 관련 키워드가 많았고, 가덕신공항과 관련해서는 공항 외에 특별한 단어가 눈에 띄지 않았다. 두 후보 모두 해당 사업을 전부 공약화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사업의 우선순위를 두고는 다소 인식 차이를 보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김 후보는 안전, 교육, 병원, 노동자, 건강, 일자리 등 생활밀착형 단어가 주를 이뤄 거대 양당 후보와 차이를 보였다. 김 후보는 대중교통·병원비 부담 해소, 부산 거점대 투자 등을 골자로 한 ‘3대 핵심 공약’을 가장 먼저 발표했다.

■민생 행보 vs 성과 홍보 vs 정치 교체

변 후보는 현역 프리미엄의 박 후보에게 맞서기 위해 선거판에 조기 등판했다. 이번 워드 클라우드에서도 노동자, 어르신, 청년, 장애인이 자주 언급되는 등 민생 행보에 주력한 모습이다. 예비등록 후 하루 3~4건의 일정을 소화하고 페이스북 등에 시시각각 알리는 홍보전을 폈다. 응원, 승리, 반드시 등 민주당 약세로 평가받는 부산의 ‘선거 공기’를 바꾸기 위한 행보를 담은 단어들도 엿보였다.

박 후보는 산업, 기업, 개최, 조성 등의 키워드를 자주 언급해 성과를 크게 강조했다. 특히 시민이 목말라하는 경제 분야의 발전을 이루는 적임자임을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적극, 추진, 노력, 혁신 등 행정에 대한 태도나 의지를 나타내는 단어도 다수였다. 지역균형발전, 지방대학 생존 등의 현안과 관련된 단어가 상위권에 포진한 것도 차별화된 모습이다.

김 후보는 전환, 변화, 독식 등의 단어로 거대 양당의 문제를 제기하며 ‘정치 교체’를 외쳤다. 대형 사업 관련 현안과 그간의 성과보다는 정치적 담론을 제기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제대로, 극복, 과감 등의 표현도 열세 평가에 맞서는 김 후보의 의지를 잘 나타낸다.

이번 조사 결과에 각 캠프 측은 “후보의 정치적 신념, 행보와 일치한다”고 입을 모았다. 변 후보 측은 “가덕신공항, 부울경 메가시티 등 과제별로 중요시하는 부분이 잘 포함된 결과”라고 말했다. 박 후보 측은 “부산이 질적으로 도약하기 위한 큰 그림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김 후보는 “시민, 건강, 일자리 창출로 노동자에게 믿음과 신뢰를 줘야 한다는 기조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네거티브 대신 정책 선거?

조사 결과 긍정적인 점은 이번 지방선거가 네거티브 공방보다는 정책·공약 대결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과거 논란이 됐던 각 후보의 개인사나 행정 실수에 대한 단어는 상위 50위 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13일 부산KBS에서 열린 첫 부산시장 후보 TV토론회에서도 2036년 부산하계올림픽 유치(변성완), 어반루프(박형준) 등 서로의 공약을 치열하게 검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경대 차재권 교수는 “데이터양에 한계는 있지만, 시민 각자가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후보의 것과 비교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조사”라며 “후보 캠프에서 향후 선거 전략에 참고할 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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