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회 “나가라” 청년공간 “도 넘은 간섭”
부산 원도심 지하상가에 입점한 청년 공간을 둘러싸고 상인회와 운영사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다. 청년 지원 사업을 향한 상인들의 뿌리 깊은 불신이 원인으로 손꼽힌다.
광복지하도상가 상인회(이하 상인회)는 지난달 22일 부산시에 지하도상가 내 청년 커뮤니티 공간 ‘뿌리’를 퇴출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17일 밝혔다. 상인회는 “뿌리가 상가를 창고처럼 활용해 침체된 상권을 더욱 슬럼화하고 있다”며 “뿌리를 철거하고 다른 상가를 조성해달라”고 부산시에 요구했다.
중구 광복지하도상가 상인회
“활성화 도움 안 된다” 퇴출 요구
뿌리 “청년 지원 사업 몰이해”
시 “궤도 오르면 성과 있을 것”
뿌리는 청년들이 다양한 경험과 시도를 하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행정안전부 지역사회 활성화 기반 조성 사업 공모에 선정돼 (사)한국O2O미래비전협회가 지난해 7월부터 3년간 위탁 운영한다.
상인회는 뿌리가 방문객이 거의 없고 조명도 어두워 상가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상인회 정명섭 회장은 “공간이 뚜렷한 성과를 못 내고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며 “상인회 가입도 거부해 상가 분위기를 흐리고 위화감도 조성했다”고 말했다.
뿌리는 상인회의 요구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공간을 기부서점과 공유주방으로 꾸미고, 실패박람회 등 청년 사업을 비롯해 로컬 탐방 프로그램 등 상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도 나름대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뿌리 조경희 센터장은 “청년 지원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상인회가 독립적인 사업장에 조명까지 들먹이며 간섭하고 있다”며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상인회에 가입할 이유가 없지만 상생을 위해 회비 일부를 냈다”고 밝혔다.
갈등의 이면에는 청년 지원 사업에 대한 불신이 있다. 상인들은 2018년 조성된 국제시장 청년몰이 1년 만에 폐점한 사례를 들며 부산시가 제대로 된 관리도 없이 청년 공간만 늘린다며 우려한다.
부산시는 뿌리 공간 조성에 국·시비 10억 원을 투입했다. 뿌리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 4월까지 1800여 명이 공간을 이용했다. 중구에는 뿌리를 포함해 청년 공간 6곳이 있는데, 지난해 10월 보수동에 문을 연 청년센터 청년마루는 올 4월까지 540여 명이 찾았다.
부산시 청년희망정책과 박시환 팀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청년 공간에서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며 ”올해부터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본격적으로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